책임 감면하면 경찰 권력남용? "아무것도 못하는게 더 문제"

경찰관 이미지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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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한 상황에서 한 행동이 문제가 될까봐 걱정하는 부담이 한층 덜어지지 않겠나.”

공무집행을 하는 경찰관의 형사 책임을 감면하거나 면제해주는 내용의 법안(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서울 지역 한 파출소 경장의 견해다. 그는 “현장에 나가는 경찰관들이 앞으로 당당하게 적극적으로 법 집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공권력 오·남용 우려에 대해서는 “(현장 경찰이) 아무것도 못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장으로 향하는 경찰관, 특히 지구대나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개정안에 대해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사람의 생명·신체가 위험해질 수 있는 긴급한 상황이나 범인을 제압하는 과정 등을 가장 처음으로 대하는 현장의 경찰관에게 필요했던 법이라는 게 이들의 목소리였다.

현장 향하는 경찰들 “법적 안전장치 필요”

지구대·파출소에서 근무하거나 현장 출동 경험이 많은 경찰관들은 법적 ‘안전장치’가 생겼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A경찰관은 13일 “수사과 등과는 달리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현장으로 출동하면 앞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하고, 어떤 범죄가 일어날지 예상하기가 어렵다”며 “강력범죄가 발생했을 때 출동한 경찰이 첫 대응을 강경하게 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현장 출동 경험이 많은 B경찰관은 “사건 발생 현장을 처음 마주치면 검사든 판사든 법 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될 것”이라며 “찰나의 순간이 중요한 만큼 행동하는 데 거침이 없어야 하며 이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관들이 지난달 1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모 지구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관들이 지난달 1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모 지구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과잉대응’ 우려 공감…보는 눈 많다”

정치권 및 시민단체 등에서는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개정안은 본회의 통과 전 한 차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었다. 당시 법사위 위원들 사이에선 ‘피해자 구제 필요’ 의견도 있었지만, ‘인권침해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왔다. 참여연대는 개정안 본회의 통과 직전까지 “경찰 조직의 면피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장의 경찰관들은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실제 공권력 오·남용 가능성은 적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보다 ‘보는 눈’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경찰이 이미 숱하게 경험한 막강한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도 들었다.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면책 규정이 있어 공권력이 남용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폐쇄회로TV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 지켜보는 눈이 과거보다 훨씬 많다. 잘못한 것은 당연히 제재받아야 하고, 비판 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 경사는 “경찰이 과도하게 위력을 과시할 수 있다는 우려는 있겠지만, 현장의 상황은 다르다. 국민 보호 등 더 큰 공익이 무엇인지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찬성 ‘205’ 반대 ‘0’…경찰 “시대적 소명” 환영

면책 규정이 포함된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은 지난해 3월 최초 발의됐고,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당시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과 서울 중부 스토킹 살인 사건 등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 오른 개정안은 찬성 205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반대는 0명이었다.

경찰청은 경직법 본회의 통과 직후 “국민과 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키라는 준엄한 명령과 시대적 소명으로 이해하겠다”며 환영했다. 오·남용 우려에 대해서는 교육·훈련 강화 및 관리·보완을 지속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