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서 사회정책팀장의 픽: '킬러문항 폐지' 공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디지털·혁신 대전환위원회 정책 1호를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수능에서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초고난도 문항을 폐지한다.(킬러문항 금지)
-수시 비중이 높은 대학은 정시ㆍ수시 비율을 조정한다.(정시 확대)
-시행 30년이 된 수능은 충분히 연구해 검토한다.(수능 개편)
이른바 ‘킬러 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 폐지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시민단체에서도 꾸준히 주장해왔습니다. 앞서 지난해 9월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킬러문항 금지법’(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는데요. 이들은 수능에서 고교 교육과정 수준을 넘는 문제가 출제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선행교육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교사들도 어려운 수능 '킬러문항'

2019학년도 수능 국어에서 킬러문항으로 꼽힌 만유인력 관련 문항. 평가원이 이례적으로 난도가 높았던 점을 사과하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킬러 문항은 도저히 학교 공부만으로 대비할 수 없고 사교육을 받아야만 한다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킬러 한두 문항을 풀어내느냐에 합격이 갈리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사교육에 몰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수능은 학교 공부만으로도 풀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누구나 공감하는 이유입니다.
쉬운 수능이 입시 고통 해법될까
결국 어떤 방식이든 '킬러 문항 금지'가 대통령의 명령이 되는 순간, 출제진은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내기 어렵게 되니 당연히 '쉬운 수능'을 유도하게 됩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수능 성적표를 보고 있다. 뉴스1
쉬운 수능은 수험생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요. 불수능은 시험 치르는 순간이 지옥같지만, 물수능은 입시가 지옥이 됩니다. 시험이 쉬워 모두가 좋은 성적을 얻고, 학생간 격차가 줄게 되면 입시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재명 후보 공약에는 정시 확대도 들어있습니다. 정시 확대와 쉬운 수능의 공존은 불안합니다.
어려운 문제를 없애서 수험생과 학부모 고생하지 않게 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너무 단순합니다. 적어도 이것이 공약이 되려면 초고난도 문항이 없는 입시가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지 함께 제시돼야 합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입시 방향에 대해 "충분히 연구해 재검토한다" 수준으로만 제시했습니다. 입시를 둘러싼 고교, 사교육, 대학에 대한 청사진 없이 '킬러 문항 폐지'부터 외친 것만으로는 수험생을 구원하기 어려울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