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7일 거대 양당을 향한 동시 견제에 나섰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1월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현 정권의 수십조 단위인 악성포퓰리즘 돈선거가 권위주의 정권 시절 고무신, 막걸리 선거와 뭐가 다른가”라고 비판하면서도 “제1야당도 비판해야 할 일을 비판하지 않고 적당히 눈치 보고 어디에 얹혀 가려 하지 말고 망국병인 포퓰리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꼬집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대선의 분수령으로 떠오른 만큼, 제1야당과의 차별화 시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안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날 두 차례 만난 자리에서도 신경전 분위기는 감지됐다. 오후 2시 서울 장충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불교리더스포럼 제5기 출범식에 참석한 윤 후보는 “화쟁(和諍·더 높은 차원에서 통합하자) 정신으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 해결하고 국민통합의 정치를 펼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축사했다. 안 후보는 “중생이 아프면 부처님 마음도 보살님 마음도 아프다는 ‘동체대비(同體大悲)’야 말로 국민통합과 위기극복의 핵심 정신”이라고 말했다. 이후 두 후보는 5인용 원형 테이블에 마주 앉아 1시간30분가량 행사를 지켜봤지만, 대화나 악수를 나누는 장면은 없었다.
오후 4시30분에 열린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한복을 차려입은 두 사람은 행사를 마칠 때 악수를 나눈 정도가 전부였다. 최근 중도층의 지지세를 등에 업은 안 후보가 보수 색채가 짙은 주장을 통해 영역 확장을 꾀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더 껄끄러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윤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양자 TV 토론에 합의한 것에 대해 안 후보가 불편한 기색을 공개적으로 내비친 게 대표적이다. 안 후보는 전날 “윤 후보는 계속 공정성, 선택할 자유 이런 걸 신념이라고 했다. 그런데 불공정한 토론에 합의했다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의 말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도 윤 후보는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 후보는 “혹시 ‘안일화’라고 못 들어봤나. ‘안철수로 단일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 후보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제외한 양보 내지 더 이상의 ‘철수’는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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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