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장률 8.1%, 올핸 5%도 불안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률이 4.0%라고 17일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보단 높지만, 올해 전망은 밝지 않다. 중국 상하이 양산항에 중국 국기가 펄럭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률이 4.0%라고 17일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보단 높지만, 올해 전망은 밝지 않다. 중국 상하이 양산항에 중국 국기가 펄럭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4분기 중국 경제가 4% 성장하는 데 그쳤다. 3%대로 내려앉을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는 비껴갔지만, 새해 전망은 밝지 않다. 소비 지표가 부진한 데다 6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출생률 등 성장 동력이 힘을 잃어가고 있어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7일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하 전년 동기 대비)이 4.0%라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집계 시장 전망치인 3.6%보다는 높은 수치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8.1%를 기록하며 8%대를 예상했던 시장 기대에 부합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지난해 연간 8.1%의 성장률은 ‘착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맹위를 떨쳤던 2020년(2.2%)과 비교해 기저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추세적으로 보면 중국 성장률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18.3%였던 성장률은 2분기(7.9%)와 3분기(4.9%)에 속도가 떨어지더니 4분기에는 4%에 턱걸이했다.

중국 연간 성장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중국 연간 성장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특히 지난달 경제지표를 뜯어보면 우려는 커진다. 3대 엔진인 수출과 투자, 소비 중 소비가 크게 부진했다. 지난달 소매판매 증가율은 1.7%로 전달의 3.9%보다 낮아져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3.7%)를 크게 밑돈다. 반면 실업률(5.1%)은 전망치(5.0%)보다 높았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실업률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실제로 고용 상황은 훨씬 나쁘다는 의미”라며 “지난해 4분기 4% 성장률은 기존에 좋았던 산업생산이나 수출이 버텨준 덕으로, 민간 소비는 쇼크 수준으로 나쁘다”고 말했다. 4분기 수출은 23.3%나 늘어났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일부 도시가 봉쇄되면서 내수 소비와 고용 등이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부동산과 빅 테크, 교육 등 여러 분야에 걸친 기업 규제 조치가 성장 동력을 갉아먹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12월 중국 경제 지표.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2월 중국 경제 지표.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문제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진짜’ 성적표가 나올 올해다. 시장에서는 올해 중국이 5% 성장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올해 중국 성장률을 각각 4.3%와 4.9%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강력한 봉쇄 조치가 올해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0.9%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커지는 경기 둔화 우려에 중국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지급준비율과 대출우대금리(LPR)를 내렸던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깜짝’ 금리 인하에 나섰다. 시중 은행에 공급하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95%에서 2.85%로 0.1%포인트 낮췄다. 인민은행이 MLF 금리를 내린 것은 2020년 4월 이후 21개월 만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지급준비율 인하나 유동성 공급, 인프라 투자 등이 상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13.5%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뒤 지난달(10.3%)에 다소 완화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중국이 적극적으로 부양책을 쓸 거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중국의 부양책은 한국 경제에 단기적으로는 호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5%에 달한다. 김경환 연구원은 “중국 경기가 살아나면 한국의 화학과 철강 자동차 등 경기 민감 주가 수혜를 보고, 화장품 같은 소비재도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돈줄을 풀며 단기 둔화는 막더라도, 장기적 성장 궤도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중국의 지난해 출생률이 건국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날 중국 정부가 발표한 인구통계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률은 인구 1000명당 7.52명으로 집계됐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의 최대 강점이었던 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다”며 “한국도 중국 수출 비중을 줄여나가는 등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