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오른쪽) 경기지사가 2018년 10월 1일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경기관광공사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2부(재판장 양철한) 심리로 열린 대장동 피고인들에 대한 2회 공판 기일에서는 2013년부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 개발1팀에서 근무하며 대장동 개발 실무 작업을 담당했던 한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한씨는 2015년 5월 “추가 이익금은 출자 지분율에 따라 별도 배당한다”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은 사업협약서 수정안을 작성한 당사자입니다. 하지만 7시간 뒤 최종안에서 해당 조항은 삭제됩니다.
“정민용, 이재명 구역변경 결재받아 와…위에서 찍어 누른다”
대신 한씨는 이날 정민용 변호사가 2016년 대장동·1공단 결합개발을 취소하고 분리 개발하는 내용의 구역변경 계획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직접 결재를 받아왔다는 새로운 증언을 했습니다. 이에 실무자들은 “‘위에서 찍어 누른다’는 표현처럼 받아들여 실무 입장에선 안 좋게 (봤다)”는 겁니다. 정 변호사가 성남도공과 성남시 결재라인을 모두 건너뛰고 바로 시장 결재를 받아온 것을 부정적으로 봤다는 취지입니다.
대장동 사업의 통상 결재방식은 민관합동 시행사인 성남의뜰(민간사업자 화천대유)이 구역 변경을 요구하면 주무인 성남도공개발사업1팀이 이를 검토한 뒤 성남시의 주무부서인 도시재생과에 공문을 보내고, 성남시청에서 내부 결재를 얻은 후에 최종적으로 성남시장에게 결재를 받는 순입니다. 그런데 ‘유동규 별동대’처럼 여겨졌던 전략사업팀에서 최종 시장 결재부터 받아 개발사업1팀에 하달한 것을 두고서 말한 것입니다. 한씨는 당시 정 변호사로부터 전달받은 이재명 후보가 결재한 구역변경 보고서를 거꾸로 성남시 도시재생과에 보내줬다고도 했습니다.
경기 성남 신흥동에 위치한 제1공단은 이 후보가 대장동 사업에서 이익을 환수해 공원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곳입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선거에서 해당 1공단 공원화를 공약으로 앞세웠습니다. 이에 따라 대장동 개발도 2015년 6월 대장동·1공단 결합도시개발구역 개발계획 고시로 시작됐습니다.
검찰은 이 후보가 2016년 사업 분리를 결정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려는 화천대유 측의 의도대로 분리 개발이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동규 지시로 2013년 말 정영학 사업 제안서 검토했다”
“정영학의 제안서가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한씨는 “실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제안서는 대장동의 체비지(替費地‧토지 구획 정리 사업의 시행자가 그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하여 환지 계획에서 제외하여 유보한 땅)를 팔아 공원 조성비를 마련하는 내용이었는데, 용도변경을 하는 자체가 특혜 소지가 많은 것이고 그런 사례를 들어본 일이 없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상급자에게도 보고했는데도 성남도공이 정 회계사의 사업제안서를 받아들여 성남시에 보고했다는 것이 한씨의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 선대위는 “정 회계사가 제안했다는 2013년 12월 당시 사업제안서는 이후 성남도공에서 2015년 2월에 민간사업자 공모를 추진한 사업 건과는 별개의 것”이라며 “2013년 12월 당시에 정식으로 제안되거나 채택된 것이 아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왼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둘째), 남욱 변호사(왼쪽 셋째),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구속 1호’ 유동규 “내가 무조건 환지 방식 지시한적 있느냐”
한씨는 김만배씨 측 변호인이 반대신문에서 대장동 사업의 어떤 부분이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인지 묻자 “사업자들이 SK증권 특정금전신탁 출자자(천화동인 1~7호)라는 사실을 숨기고 사업에 참여한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다”며 “사업적인 부분을 특혜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동규 본부장 측은 “그게 왜 특혜냐”, “뭐가 특혜냐”고 몰아붙이고, 검찰 측은 “지금 증인 협박하는 방식으로 신문방식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수사. 뉴스1
대장동 스모킹건 녹취록에…法 “결백 입증은 객관적 증거로”
재판부는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에 대해서는, 증거로 신청된 녹취파일은 피고인 쪽에 다 전달됐고, (열람·등사가)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검찰이 공소장에 적은 범죄혐의 대부분은 이 녹취파일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른바 ‘스모킹건’입니다.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수익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기소 내용도 녹취록을 기반으로 한 겁니다. 재판에 넘겨진 ‘대장동 일당’의 혐의를 입증하는데도 녹취파일은 스모킹건일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