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대 이상 시니어들의 기후위기 비상행동 모임인 '60+기후행동'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서 발대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1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 노년층 50여명이 모였다. 대개는 무료급식 등을 받기 위해 찾는 장소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우리가 달라져야' '지구 살려' 등의 피켓 속에 선 이들은 60+기후행동의 출범을 선언했다. 60+기후행동은 60대 이상 '실버 세대'부터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하자는 뜻을 담은 환경단체다. 다 같이 선언문을 읽자 손뼉이 터져 나왔다.
대설특보가 내려질 만큼 궂은 날씨였지만 예정된 행사는 그대로 열렸다. 긴급 출동을 알리는 '119'(1월 19일)의 상징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박승옥(69) 60+기후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긴급한 기후위기 상황을 알리고 헤쳐나가는데 우리 노년층이 힘을 합치고 싶다"고 말했다.

'60+기후행동'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서 발대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출범식엔 윤정숙(64) 공동운영위원장, 안재웅(82)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 이경희(75) 환경정의 이사장 등이 나왔다. 실버 세대 환경운동가인 이들은 한국판 그레이 그린 운동을 주도했다. 앞서 지난해 '노인들이 환경 운동에 앞장서자'는 내용의 문서에 먼저 서명했다. 기성 세대가 많은 걸 누렸지만, 사회에 도움이 될 기회가 적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했다고 한다. 행사에 다 참석하진 못했지만, 뜻을 함께한 동료들도 700명 넘게 모였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 기후 행동을 촉구하는 피켓이 놓였다. 편광현 기자
이들이 첫 번째로 나설 활동은 석탄화력발전소 반대다. 석탄 화력발전에 투자하는 국내외 연기금, 은행들에 "앞으로 손해 볼 좌초자산에 투자하지 말라"는 편지와 이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기업 총수들에게도 면담을 신청할 예정이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내부에 눈이 쌓인 모습. 편광현 기자
윤정숙 위원장은 "우리 노년층은 손주 세대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줄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우리가 지나온 삶이 모두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풍요와 편리를 누린 우리의 반성을 기후 재앙을 막는 에너지로 삼고자 한다"고 했다.
60+기후행동의 시작을 탑골공원에서 알린 것도 노인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깨기 위해서다. 박승옥 위원장은 "자주와 독립을 외치던 공간이 사회에서 소외된 노년들의 공간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앞장서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노년들을 상징하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