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브랜드가 맥주를?…식지 않는 이색 주류 콜라보 열기

애경산업은 19일 자사 치약 브랜드 2080을 통해 '2080 이공팔공맥주'를 출시했다. [사진 애경산업]

애경산업은 19일 자사 치약 브랜드 2080을 통해 '2080 이공팔공맥주'를 출시했다. [사진 애경산업]

국내 수제 캔맥주업계의 콜라보레이션(콜라보) 열풍이 새해에도 거세다. 치약 브랜드와 콜라보한 맥주까지 나왔다. 애경산업은 19일 치약 브랜드 2080과 수제 맥주 업체 스퀴즈브루어리가 협업해 ‘2080 이공팔공맥주’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벨기에 호가든 지방 밀맥주로 효모 특유의 향과 오렌지 필, 고수 씨앗의 향을 살려 풍부한 맛을 구현했다고 한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2080 브랜드 본연의 가치를 지키는 동시에 미래의 주력 소비층들과 교감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새로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캔맥주 콜라보 열풍에 불붙인 곰표    

국내 맥주 콜라보 열풍은 '곰표 밀맥주'의 품귀현상에서 시작됐다. [사진 BGF리테일]

국내 맥주 콜라보 열풍은 '곰표 밀맥주'의 품귀현상에서 시작됐다. [사진 BGF리테일]

지난 2년여간 편의점과 대형마트에는 수많은 캔맥주 콜라보 상품이 쏟아졌다. 편의점 미니스톱은 지난해 12월 단독으로 롯데푸드의 장수 아이스크림 브랜드 아맛나와 ‘아맛나맥주’를 출시했다. 가볍고 청량한 아메리칸 라거 스타일의 수제 맥주다. 같은 달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호랑이 캐릭터를 활용한 ‘뚱랑이 맥주’를 선보였다. 이마트24도 계열사 야구팀인 SSG와 협업해 ‘SSG랜더스 라거’를 판매 중이다. 이밖에도 ▶세븐일레븐과 배달의 민족이 협업한 ‘캬맥주’ ▶BBQ와 제주맥주의 ‘치얼스’ ▶진라면의 ‘진라거’ ▶붉닭볶음면의 ‘불닭맥주’ ▶가수 윤민수의 ‘오열맥주’ ▶‘유동골뱅이맥주’ ▶‘쥬시후레쉬맥주’ 등 다양한 상품이 있다.  

수제 맥주 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2020년 ‘곰표 밀맥주’의 인기에서 시작됐다. 편의점 CU가 세븐브로이, 대한제분과 함께 선보인 곰표 밀맥주는 한때 품귀 현상까지 일으키며 CU 내 전체 맥주 매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곰표 밀맥주 열풍에 경쟁사들도 뒤따라 이색 콜라보 맥주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질적 향상 없으면 역효과 초래할 수”

최근 2~3년 사이 맥주 콜라보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의 주류판매전문점. 전민규 기자

최근 2~3년 사이 맥주 콜라보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의 주류판매전문점. 전민규 기자

일각에서는 수제 맥주 제조업체가 유통사, 식품사 등과 지나친 콜라보 제품을 선보이며 수제 맥주의 강점을 잃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차별화된 맛을 선보이기보다 어느 기업과 어떤 디자인의 상품을 내놓았는지 등 외적인 부분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허모(36)씨는 “솔직히 최근 콜라보 캔맥주 중에서 맛이 좋아졌다고 느낀 제품은 거의 없었다”며 “국내에 몇 안되는 수제 맥주 브루어리(양조장)가 만드는 비슷한 제품을 패키지만 바꿔 내놓는 수준에 지나지 않아 매번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수제 맥주뿐 아니라 소주·막걸리 업계에서도 콜라보를 통한 독특한 맛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소비자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아이스크림인 빠삐코·메로나 맛이 나는 소주와 죠리퐁·바밤바 맛의 막걸리가 등이 그 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콜라보는 실질적으로 상품의 품질을 더 좋게 하거나 다양성을 꾀하는 차원에서 업그레이드, 즉 질적 향상의 요소가 있어야 한다”며 “무분별한 콜라보는 소비자가 식상하다거나, 잡다하다고 느끼는 등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제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