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이 불안하다, 우라늄·LNG값까지 폭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공급망 불안이 겹치며 우라늄·리튬·LNG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자원이 각국의 무기화하고 있다. 2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의 하역 작업. [연합뉴스]

지정학적 리스크에 공급망 불안이 겹치며 우라늄·리튬·LNG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자원이 각국의 무기화하고 있다. 2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의 하역 작업. [연합뉴스]

주요 원자재 가격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져 나오는 데다, 각국의 자원 확보전도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23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는 지난 14일 우라늄 가격이 파운드(lb)당 46.50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29일(30.18달러/lb)보다 약 54% 올랐다.

우라늄 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우라늄 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사용처가 원자력 발전에 한정된 우라늄은 가격 변동이 비교적 작다. 이런 우라늄 값까지 뛰는 이유는 최근 불안한 공급망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유럽·중국을 중심으로 원전 수요가 늘어날 거란 전망에 한 차례 올랐다가 이후 다소 진정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카자흐스탄에서 소요 사태가 발생하면서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카자흐스탄은 전 세계 우라늄의 40%를 생산한다.

국내 원전의 연료 단가도 최근 소폭 오르는 추세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평균 원전 연료 단가는 킬로와트시(㎾h) 당 6.36원으로 지난해 1월(6.11원/㎾h)보다 3.9% 올랐다. 상승 폭이 크진 않지만, 절대 가격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1년 10월 이후 가장 높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국내 사용 우라늄은 장기 계약으로 들어오지만,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겨울철 대표적 난방 연료인 천연액화가스(LNG) 가격도 겨울철 수요 증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위험에 고공행진이다. 23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달 LNG 연료 단가는 t당 108만8024.12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45만2553.76원/t)보다 약 140.4% 급등한 수치다.


리튬 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리튬 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기차 배터리와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2차 전지 주요 소재인 리튬과 니켈도 폭등하고 있다. 리튬은 13일 기준 ㎏당 312.50위안으로 지난해 1월 4일(48.5위안/㎏)에 비해 약 544%나 급등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20일 니켈 가격은 t당 2만3900달러로, 지난해 1월 25일(1만8240달러/t)보다 약 31% 올랐다. 두 원자재 모두 2011년 이후 역대 최고가다.

니켈 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니켈 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각국의 자원 확보전이 치열해지는 것도 공급망 불안을 부추긴다. 2019년 니켈 원광 수출을 중단한 인도네시아는 올해는 석탄 수출까지 막아섰다. 여기에 최근 조코 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알루미늄 원재료인 보크사이트 수출까지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자국 내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들어 되팔겠다는 의도다. 호주와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은 지난해 말 석탄을 원료로 만드는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운송업계가 타격을 입었다.

대기업 일부는 자원 확보에 직접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호주 필라바 미네랄스와 계약을 맺고 리튬 광석을 연간 31만5000t 공급받기로 했다. 앞서 포스코는 2018년 인수한 아르헨티나 염호에서도 누적 매출 약 35조원을 올릴 수 있는 리튬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12일 호주 광산업체 라이온타운과 2024년까지 리튬 광석을 70만t을 공급받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민간 차원의 자원 확보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의 23일 설문 결과, 국내 원자재 수입 기업 300곳 중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고 답한 기업은 9.4%에 불과했다. 응답 기업의 88.4%가 “올해도 지난해 같은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거나 더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 “코로나 19 지속”(57%)을 꼽았다. 이어 “미·중 패권 경쟁”(23.3%)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원자재 수입 기업 300곳 조사해보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원자재 수입 기업 300곳 조사해보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원개발 특성 상 정부의 보증이나 막대한 투자 없이는 사업 진출 자체가 쉽지 않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돈만 있으면 어디서든 자원을 구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정부가 공급망 안정을 위해서 해외 자원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