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 교수가 본 ‘긴장의 한반도’
안팎에서 난제들에 둘러싸인 채 취임 1주년을 맞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레드 라인’ 횡단도 불사하겠다는 북한의 안보 도전은 당혹스러운 사태 전개다. 대화 재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무미건조한 반응은 한국 정부가 맞닥트린 무력감을 웅변한다.
미국 압박도 당근도 힘든 상황, 북한 4년 전으로 유턴 태세
임기 내내 경주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상징 자본이 소실할 위기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이 뜻하는 바를 가늠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한반도는 다시 협상 교착 국면의 끝과 긴장 확대 국면의 시작이 교차하는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다.
2018년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 이래 약 4년을 지속해온 핵·ICBM 모라토리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외교 치적으로 손꼽는 정책적 유산이다. 영변 핵시설 해체와 제재 전면 해제를 맞바꾸려 했던 ‘하노이 담판’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ICBM 모라토리엄을 유지하면서 문재인 정부도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을 수 있었다.
북한, 미국에 대북정책 순위 재조정 압박
![지난해 12월 27~31일 북한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1/24/ef046a44-8f3e-4341-8d91-2485157018e2.jpg)
지난해 12월 27~31일 북한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지난 1년 동안 김 위원장은 협상은 원하지만 양보는 없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속내를 꾸준히 확인했다. ‘레드 라인’을 넘는 일 없이 상황 관리가 가능하다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미국 외교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통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을 만큼 북한발 안보 우려는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 관심사에서 멀어져 있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핵·ICBM 모라토리엄 파기 위협을 바이든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맞춰 공개한 일을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이 4년간 ‘레드 라인’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적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한 김 위원장은 ‘레드 라인’을 넘겠다는 엄포를 통해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정책 순위를 재조정하도록 압력 수위를 높였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전미시장협의회(USCM)에서 연설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AF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1/24/42006e49-d573-465c-ad72-c3df7f9db101.jpg)
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전미시장협의회(USCM)에서 연설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은 위기 때마다 ‘영변 폭격’이나 ‘코피 작전’ 등 군사적 예방 공격을 고려했지만, 전면전으로의 확전 우려 때문에 이를 회피하는 결정을 내렸다. 역대 미국 행정부의 예방 공격 회피 결정은 북한의 재래식 전력 보복 능력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플랜 B’에서 군사적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이유다.
바이든 행정부의 ‘플랜 B’가 외교적 관여를 기조로 삼는다 해도 정책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외교적 옵션을 가동해 김 위원장이 ‘레드 라인’을 넘지 못하게 하려면 북한이 원하는 선행 양보 조건을 충족시켜줄 필요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하려면 미국 유권자가 지지하고, 민주당이 동의하며, 공화당이 협력하는 정치 환경이 필요하다.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바이든 대통령을 둘러싼 미국 정치 환경은 그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플랜 B’에서 정책 순위를 조정하더라도 북한을 ‘레드 라인’ 안쪽에 머물게 할 정책 실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 정부 ‘평화 프로세스’ 교착상태

김정 북한대학원 교수
김정
북한대학원대학 부교수. 예일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통일부·국방부·국방정보본부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