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나쁜 기운 물렀거라~' 양궁 대신 국궁으로 주몽처럼 활 쏴볼까

 

이은별(왼쪽)·김재신 학생기자가 영집 궁시박물관을 찾아 국궁과 관련된 유물을 살펴보고, 직접 방태기 활도 만들어 쏴봤다.

이은별(왼쪽)·김재신 학생기자가 영집 궁시박물관을 찾아 국궁과 관련된 유물을 살펴보고, 직접 방태기 활도 만들어 쏴봤다.

서양식으로 만든 활로 겨루는 경기인 양궁(洋弓)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올림픽 효자 종목 중 하나죠.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활, 또는 그 활을 쏘는 기술은 무엇이라고 할까요? 바로 국궁(國弓)입니다. 우리나라 활쏘기는 고구려 벽화나 고대 중국의 기록에도 등장할 만큼 그 역사가 길고 뛰어난 솜씨를 자랑했어요. 김재신·이은별 학생기자가 우리나라 활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경험하기 위해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영집 궁시박물관을 찾았어요. 류호상 국가무형문화재 전수생이 눈이 쌓인 활터에서 이들을 맞이했습니다.  

류호상 국가무형문화재 전수생이 소중 학생기자단에 왕명을 전달할 때 쓰던 신전, 장군의 명령을 전달할 때 쓰던 영전, 군사를 벌할 때 쓰던 관이전 여러 종류의 화살에 관해 설명했다.

류호상 국가무형문화재 전수생이 소중 학생기자단에 왕명을 전달할 때 쓰던 신전, 장군의 명령을 전달할 때 쓰던 영전, 군사를 벌할 때 쓰던 관이전 여러 종류의 화살에 관해 설명했다.

 
영집 궁시박물관은 전통화살 장인의 길을 가업으로 이어온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47호 궁시장 영집 유영기 기능보유자가 설립한 활·화살 전문 박물관이에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먼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활과 화살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이곳에선 활·화살은 물론 쇠뇌와 활쏘기에 필요한 각종 용품, 영국·일본·몽골 등 해외 여러 나라의 활도 만날 수 있죠. 활은 총과 대포로 대표되는 화기(火器)가 등장하기 전 장거리용 전투에 쓰이는 무기의 대명사였어요. 활시위를 놓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화살을 멀리 날릴 수 있는 비결이죠. 그 역사는 수만 년 전인 구석기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요.

왕의 명령을 전달하는 화살인 신전. 임금의 몸과도 같이 여겨져 파손시킬 시 큰 벌을 받았다.

왕의 명령을 전달하는 화살인 신전. 임금의 몸과도 같이 여겨져 파손시킬 시 큰 벌을 받았다.

 
전시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신(信)자가 적힌 작은 깃발이 달린 화살이었어요. "이건 신전이라고 불리는 화살인데, 활로 쏘는 용도가 아니라 왕명을 전달할 때 쓰였어요. 신전은 임금님의 신체와 같이 취급했기 때문에 전달 과정에서 손상되면 유배를 가는 등 벌을 받았어요."(류) 이외에 장군의 명령을 전달하는 데 쓰던 영전, 죄를 저지른 군사를 벌할 때 귀에 꿰던 관이전 등도 볼 수 있었죠.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비롯된 처음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효시(嚆矢)가 되다"라는 말을 쓰는데요. 실제 효시는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등 신호용으로 쓰던 화살이에요. 끝에 속이 빈 깍지를 달아 붙인 형태로, 쏘면 특이한 소리가 납니다. 류 전수생이 근처에 있던 버튼을 누르자 '휘이이이이익!' 호루라기를 날카롭게 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죠. "효시는 전쟁터에서 신호를 주는 용도로 쓰였어요. 또 사냥할 때는 숨어있던 동물들이 은신처에서 튀어나오도록 유도하는 역할도 했죠."(류)  


신기전은 화약을 장치하거나 불을 달아 쏘던 화살이다. 중신기전을 약 100여 개까지 한 번에 쏠 수 있는 화차의 모습.

신기전은 화약을 장치하거나 불을 달아 쏘던 화살이다. 중신기전을 약 100여 개까지 한 번에 쏠 수 있는 화차의 모습.

 
흔히 화살은 한 발씩 쏜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발을 동시에 발사할 수도 있어요. 화살 뒤에 화약을 달아 화차에 실어 쏘던 신기전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죠. 신기전은 크기에 따라 소·중·대로 구분하는데, 소중 학생기자단이 만난 중신기전용 화차는 불을 붙이면 100여 개의 화살을 한 번에 쏠 수 있었다고 해요. "대신기전은 길이만 약 5.5m라서 화차가 아니라 Y자 형태의 걸이에 놓고 쐈어요. 여기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면 대신기전을 볼 수 있죠." 류 전수생이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가 봤더니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크기의 대신기전이 보였어요.  

우리나라 대표 활인 각궁. 나무와 쇠의 힘줄, 동물의 뿔 등 다양한 재료를 아교나 어교로 결합해 만들었다.

우리나라 대표 활인 각궁. 나무와 쇠의 힘줄, 동물의 뿔 등 다양한 재료를 아교나 어교로 결합해 만들었다.

 
화살의 종류만큼이나 활의 종류도 여러 가지입니다. 소나 양의 뿔로 장식한 각궁, 나무를 몸체로 삼은 목궁, 대나무를 몸체로 삼은 죽궁 등이 있죠. 특히 조선시대 무관들이 사용하며 대표 활로 여겨진 각궁(角弓)은 나무와 소의 힘줄, 쇠뿔 등 다양한 재료를 천연접착제인 아교·어교로 결합해 만들었어요. 덕분에 몸체 길이는 짧아 단궁에 속하지만 시위를 풀었을 때 활이 거꾸로 뒤집힐 정도로 탄성이 강합니다. 하지만 아교·어교의 특성상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은 날씨에는 접착력이 약해지기도 했죠.  

크기가 작아 애기살이라고도 불리는 화살인 편전을 시위에 걸기 위해 통아에 넣은 모습. 관통력이 높아 전쟁터에서 많이 쓰였다.

크기가 작아 애기살이라고도 불리는 화살인 편전을 시위에 걸기 위해 통아에 넣은 모습. 관통력이 높아 전쟁터에서 많이 쓰였다.

 
혹시 위화도 회군이라고 들어봤나요. 고려 우왕 14년(1388) 명나라의 요동(遼東)을 정벌하기 위해 출정했던 이성계가 왕명을 어기고 위화도에서 회군한, 조선왕조 창건의 시발점이 된 사건인데요. 당시 이성계가 회군의 이유 중 하나로 내세웠던 게 바로 비가 많이 내려 무기로 써야 할 활의 접착제가 풀린다는 것이었죠.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과 같은 고온다습한 섬나라는 나무를 길게 잘라 만들어 접착제 사용이 적은 장궁(롱보우)을 많이 썼어요. 일본 역시 긴 몸체의 장궁(유미)을 주로 사용했죠. 재신·은별 학생기자가 크게 하나의 곡선을 그리는 롱보우와 각궁의 다른 점을 유심히 살폈어요.  

쇠뇌의 한 종류인 궐장노. 쇠뇌는 한자로는 노(弩)라고 표기한다. 석궁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잘못된 표현이다.

쇠뇌의 한 종류인 궐장노. 쇠뇌는 한자로는 노(弩)라고 표기한다. 석궁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잘못된 표현이다.

 
흔히 활은 시위를 당겨 쏘는 모습만 상상하는데, 기계장치가 달린 활도 있어요. 바로 쇠뇌입니다. "보통 석궁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잘못된 표현이에요."(류) 일반적인 활에 비해 사거리가 길뿐더러 조작법만 익히면 아동이나 부녀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었죠. 하지만 발사하기까지 준비 시간이 일반 활에 비해 더 길기 때문에 전쟁터에서는 쇠뇌를 장전한 군사들이 여러 열로 선 뒤, 맨 앞사람이 쏘고 맨 뒤로 이동하는 식으로 운용했어요. "기계장치가 달린 활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기준으로 삼국시대 이전부터 사용한 흔적이 있어요. 한사군 중 하나인 낙랑 유적에서 관련 유물이 발견됐을 정도로 역사가 긴 활이죠."(류)

화살 뒤에 붙이는 깃은 꿩의 수컷인 장끼의 깃털을 주로 사용했다. 깃털은 바람의 저항을 조절해 화살의 정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화살 뒤에 붙이는 깃은 꿩의 수컷인 장끼의 깃털을 주로 사용했다. 깃털은 바람의 저항을 조절해 화살의 정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전통적인 형태의 활과 화살에 대해 알아봤으니 이제 직접 만들어서 쏴볼까요. 오늘 소중 학생기자단이 만들 활은 경기도 북부 지역 민속 활인 방태기 활이에요. 사냥은 물론 유희용으로도 많이 사용했죠. 류 전수생이 대나무로 만든 활 본체와 편의상 화살촉을 미리 부착한 화살, 50~60cm 길이의 실 2줄, 시위용 고리가 달린 4줄짜리 실, 꿩의 깃털 등의 재료를 재신·은별 학생기자에게 건넸습니다.  

방태기 활 만들기의 첫 단계는 화살에 깃 붙이기예요. 보통 꿩의 수컷인 장끼의 깃털을 많이 사용하죠. 화살 뒷부분에 검은색으로 표시된 선에 깃털을 3개 붙입니다. "깃털은 바람의 저항을 조절해 화살의 정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해요."(류)  

방태기 활 본체 안쪽에는 짧은 대나무를 덧대는데, 이 부분을 양쪽으로 실로 감아 고정하면 내구성이 높아진다.

방태기 활 본체 안쪽에는 짧은 대나무를 덧대는데, 이 부분을 양쪽으로 실로 감아 고정하면 내구성이 높아진다.

 
두 번째 단계는 활 본체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안쪽에 짧게 덧댄 대나무를 실로 고정하는 거예요. 우선 두 가닥의 실 중 한 가닥의 실의 앞부분을 10cm 정도 접어서 고리 모양으로 만든 뒤 짧은 대나무 위에 대고, 고리 아랫부분부터 실을 활의 손잡이인 줌통 방향으로 계속 감아줍니다. 약 5cm가 남았을 때 고리 안으로 실을 넣고 매듭을 지어요. 반대편도 동일한 방식으로 감아줍니다.  

이제 활에 시위를 걸어야 해요. 쉽게 말하면 활 본체 양끝에 실을 팽팽히 걸어서 휘어진 형태로 만드는 건데요. 실을 거는 부위를 고좌(高佐)라고 하죠. 일단 다리 사이에 활을 걸어 휘게 한 다음, 준비한 시위용 실을 엮은 고리를 양옆에 걸어줍니다. 마지막으로 화살을 장전할 수 있도록 시위에 실을 감아 절피를 만들어 주면 방태기 활과 화살 만들기가 끝나요. 활시위에 화살을 장전하는 걸 '오늬 먹인다'라고도 하는데요. 오늬는 화살의 끝부분으로, 이를 절피에 끼고 당겨야 화살이 과녁을 향해 날아갈 수 있죠.

경기도 북부 지역 민속 활인 방태기 활을 직접 만들어 본 소중 학생기자단.

경기도 북부 지역 민속 활인 방태기 활을 직접 만들어 본 소중 학생기자단.

 
백문이 불여일견. 소중 학생기자단은 영집 궁시박물관 앞에 있는 간이 활터에서 직접 만든 방태기활을 쏴보기로 했어요. "활쏘기의 시작은 활을 쏠 때 넘어지지 않고 상체가 움직일 수 있도록 지지대 역할을 하는 발디딤 자세를 취하는 겁니다. 발을 15도 정도의 각도로 어깨 너비만큼 벌려주는데, 이때 오른발을 왼발보다 뒤로 두세요."(류) 시위를 당기기 전 화살에 손상된 부분이 있는지도 확인해야죠. 오늬를 잡아 가볍게 비틀어서 빠지지 않는지 보고, 화살의 몸체도 파손된 부분이 없는지 점검합니다.  

화살을 시위에 장전하고 당길 때는 엄지손가락을 시위에 걸고 나머지 네 손가락은 엄지를 눌러준다. 이를 깍지손이라 한다.

화살을 시위에 장전하고 당길 때는 엄지손가락을 시위에 걸고 나머지 네 손가락은 엄지를 눌러준다. 이를 깍지손이라 한다.

활을 다룰 때는 양손을 활용해야 해요. 왼손으로는 활의 손잡이인 줌통을 제대로 잡아야 하는데, 손가락의 방향을 비스듬하게 해서 줌통을 흘려쥔다는 느낌으로 감싸 쥡니다. 오른손으로는 화살을 장전하고 시위를 당기죠. 화살의 끝부분인 오늬를 시위에 끼우는 단계는 앞서 말한 것처럼 '오늬를 먹인다'라고 해요. 이제 시위를 당겨야 하는데, 이때 취하는 손의 모양을 깍지손이라 해요. 엄지손가락을 시위에 걸고 나머지 네 손가락은 엄지를 눌러줍니다.   

활을 잡을 때는 손잡이에 해당하는 줌통을 흘려 쥔다는 느낌으로 감싸 쥔다. 이를 줌손이라 한다.

활을 잡을 때는 손잡이에 해당하는 줌통을 흘려 쥔다는 느낌으로 감싸 쥔다. 이를 줌손이라 한다.

마지막으로 거궁 자세 및 발시예요. 줌손과 깍지손을 들어 활을 정수리까지 올린 뒤, 시위를 힘껏 당겨 입꼬리 정도 높이까지 내린 뒤 과녁을 향해 쏩니다. 류 전수생의 지도에 따라 시위를 힘껏 당겨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처음에는 화살이 몇 걸음 날아가지도 못했어요. 하지만 연습을 반복하자 점차 과녁에 가까워졌죠. "제가 직접 만든 활에서 화살이 날아가는 걸 보니 속이 뻥 뚫린 듯 시원하네요."(김) "전통 무술의 쾌감이 느껴져요."(이)

줌손으로 활을 잡고 깍지손으로 시위를 건 상태에서 활을 정수리 높이까지 올린 다음 깍지손이 귀까지 오도록 힘껏 당기면서 입꼬리 정도 높이에서 과녁을 향해 쏜다.

줌손으로 활을 잡고 깍지손으로 시위를 건 상태에서 활을 정수리 높이까지 올린 다음 깍지손이 귀까지 오도록 힘껏 당기면서 입꼬리 정도 높이에서 과녁을 향해 쏜다.

 
"국궁은 알고 보면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어요. 주변에서 한번 궁도장을 찾아보세요."(류) 고대부터 우리 민족의 주요한 무술 중 하나이자 기품 있는 놀이로 사랑받아온 활쏘기.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아 활쏘기로 거침없이 넓고 큰 기개인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길러보는 건 어떨까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 전쟁은 활이나 칼이 아닌 뉴스에서 자주 접한 총이나 미사일 같은 무기로 하는 거라고 여겼어요. 올림픽 양궁 경기를 본 적은 있지만, 활은 평소에 만져보지도 못했던 물건이었거든요. 영집 궁시박물관에서 한 경험 덕분에 활의 종류와 쓰임새, 활을 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에 여러 종류의 활이 있었던 것은 물론, 활의 모양이 나라마다 각양각색으로 다르다는 사실도 알았어요. 특히 일본과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도 일본의 활은 장궁이, 우리나라의 활은 단궁이 많았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여러모로 유익했던 취재였습니다.  

 
김재신(경기도 낙민초 5) 학생기자

영집 궁시박물관 취재는 매체를 통해서만 보았던 활쏘기를 직접 접해 볼 수 있다고 해서 신선한 기대감이 있었어요. 박물관에서 활과 화살의 실물을 영접하니 "와~"라는 감탄사가 자동반사 돼 나왔죠.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쓰인 다양한 종류의 활과 화살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의 활까지. 전시품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활과 화살에 대한 여러 사실을 흥미롭게 배울 수 있었답니다. 활과 화살을 직접 만들어보고, 마당에 나가 활쏘기도 체험해봤죠. 활쏘기로 나쁜 기운은 날리고, 임인년 새해의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었던 유익한 취재였습니다.

이은별(서울 양전초 6)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