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및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4일 서울시 서대문구 국민연금 충정로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국민 노후자금 손해 끼친 회사들에 대표소송”
이들이 대표 소송을 주문한 상대 기업에는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주택 재개발현장 붕괴 사고와 지난 11일 광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장 붕괴 사고와 관련된 HDC현산이 포함됐다. 아울러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먹고 도망가기)’ 의혹이 불거졌던 카카오·카카오페이, 멸공(滅共) 발언으로 논란이 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미등기 임원으로 있는 이마트도 거론됐다.
이들은 국민연금을 향해 세 회사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전문경영인 공익이사 추천 ▶문제 이사 해임 및 재발 방지 시스템 마련 ▶자회사 상장 시 다수 주주 동의 필요 및 문제 이사 정관변경 등 주주 제안을 진행할 것과 함께 대표소송을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1월27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앞에서 민주노총 국민연금지부 및 전국택배노조원들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동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文 대선 공약 ‘스튜어드십 코드’가 근거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국민연금이 주주 대표소송을 제기한 게 도입 후 지금까지 1건도 없다”라며 “대표소송 제도가 마련된 만큼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의 역할을 강조했다.
반면 재계의 반발은 거세다. 최근 국민연금이 주주 대표소송의 결정권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기로 하면서 재계에서는 기업 압박 등의 우려를 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7개 재계 단체는 지난 20일 보건복지부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 ‘강력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경영계 의견을 수렴한 뒤 2월 말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 대표소송 정책토론회에서 '국민연금 대표소송 추진의 문제점과 정책 대안'을 주제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견제 의미” vs “소송 남발 우려”
주주 대표소송을 대리한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대표소송이 활성화된다면 기업 경영진 등에게 사후적으로라도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줄 수 있다”며 “(오너 리스크 등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여론에 휘둘려 대표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고, 기업을 옥죄는 경영 간섭이 될 수 있다”라며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정부에 속해 있어 해외 연기금과 같은 독립성을 갖고 있지 않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법관 출신의 한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이 위탁된 곳으로, 사실상 실질적인 주주라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일반적인 회사 주주의 대표소송과는 분명히 다른 만큼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이 세워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표소송과 관련해 국민연금 관할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향후 대표소송 실행 시 법령상 소송 제기 요건과 승소 가능성, 소송 효과대비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