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4일 서울시 관악구 고시원을 방문해 '지워진 사람들-집 말고 방에 사는 청년들'이란 주제로 청년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정의당 제공
이곳에 사는 청년 변현준씨는 “보증금 5000만원을 내고 전세로 입주했는데 청년전세자금대출을 받았지만 본인 부담금 10%와 이사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함께 대화한 이나리씨는 “안전한 공간을 찾다 보면 주거 비용이 올라가서 부담이 크다”며 “CCTV 녹화가 되고 건물 현관문이 도어록으로 잠기는 곳에 살고 싶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빨래 건조대를 혼자 사는 사람들이 반려 건조대로 부른다는 사실을 최근에 들었다. 정말 미안하다”며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20%까지 확대해서 청년들이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아파트 중 청년 주택 몫은 보증금 없이 공급해야 한다”며 “월세의 경우 무이자 대출로 지원해 청년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심 후보가 고시원을 찾은 건 닷새 칩거 뒤 복귀해서 내놓은 ‘지워진 사람들’ 캠페인의 일환이다. 이 캠페인은 심 후보가 17일 복귀 기자회견에서 “무엇보다도 이번 대선에서 지워진 이름들을 만나 목소리를 듣겠다. 노동이 사라지고, 여성이 공격받고, 기후위기가 외면되고 있는 대선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퍼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1일 심 후보가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씨를 만난 게 이 캠페인의 첫 일정이었다.
심 후보는 지지율 반등을 위해 생각이 다른 상대와의 접촉도 넓혀나갈 계획이다. 이 역시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심 후보가 “진보의 금기처럼 성역화돼왔던 중요한 의제들을 논의하겠다. 진영을 넘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가치를 복원하겠다”고 말한 데서 시작한 선거 전략이다.
그 첫 시도가 지난 19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의 면담이다. 이 자리에서 심 후보는 최 회장에게 “기업인들이 심상정은 반기업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최 회장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최 회장은 대답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심 후보는 “나는 기업을 투쟁의 대상으로만 봐온 사람이 아니다. 규제나 페널티가 정책의 전부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며 “헌법 규범의 토대 위라면 그 누구보다도 기업을 위해 협력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심 후보에 대한 관심이 적어 외부에서 크게 회자되진 않았지만 내부에선 급격한 방향 전환이라 놀랍고 걱정된다는 반응까지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화가 부족했던 청년 남성(이대남)들을 심 후보가 직접 만나 군인권 문제 등에 대해 대화하는 일정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7일 복귀 후 1주일 동안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심 후보의 지지율은 보합세를 유지했다. 21일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지지율 3%를 기록해 전주와 같았고, 23일 KSOI 조사에선 1.2%포인트 빠진 2.4%, 24일 리얼미터 조사에선 0.5%포인트 오른 2.5%를 기록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의당이 가야 할 길을 가겠다”며 “반등은 TV토론 이후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