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매입 부담 느꼈나, 간송미술관 불상 2점 경매 유찰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이 27일 케이옥션 경매에 나왔지만 유찰됐다. [뉴스1]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이 27일 케이옥션 경매에 나왔지만 유찰됐다. [뉴스1]

간송미술관이 경매에 내놓은 국보 ‘금동삼존불감(金銅三尊佛龕)’과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癸未銘金銅三尊佛立像)’이 27일 모두 유찰됐다. 미술품 경매 사상 국보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매가 열리기 전 구매 희망자들이 경합할 경우 문화재 최고가 경신이 유력할 것으로 보였으나, 결국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이날 오후 6시30분 서울 강남구 케이옥션 본사에서 열린 1월 메이저 경매에 나온 금동삼존불감과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의 추정가는 각각 28억~40억원,  32억~45억원이었다.

먼저 경매에 오른 것은 금동삼존불감이었다. 시작가 27억원에서 출발했으나 응찰자가 없었다. 곧이어 다른 고미술품 경매가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이 올랐다. 이날 곽종우 케이옥션 경매사는 “오늘의 마지막 경매를 시작하겠다”며 “오늘 나온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은 경매사로서 단상에서 호명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말했다. 31억원에서 출발했고, 이 역시 나서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금동삼존불감’이 27일 케이옥션 경매에 나왔지만 유찰됐다. [뉴스1]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금동삼존불감’이 27일 케이옥션 경매에 나왔지만 유찰됐다. [뉴스1]

앞서 간송미술관은 2020년 재정난 타개를 위해 보물로 지정된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 불상 2점을 경매에 출품했으나 두 점 모두 유찰된 바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유찰 이후 유물 구입 예산을 활용해 두 불상을 사들였다. 총액은 30억원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이 유찰된 국보를 다시 매입할지 주목된다.

고미술 전문가들은 이번 경매에 나온 국보 2점 역시 유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경매 시작가가 워낙 높고, 국내에 회화와 도자 애호가들과 달리 불교 금속 문화재 컬렉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다. 한 고미술 관계자는 “이번에 경매에 나온 것이 회화였다면 높은 금액에도 팔릴 가능성이 컸다”며 “그러나 불교 조각은 다르다. 국내에 이런 문화재들을 살 만한 컬렉터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교 조각 컬렉터가 아무리 없다고 해도 몇 분은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매에 나온 국보를 사들이는 것에 결국 큰 부담을 느껴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경매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미술시장에서 거래를 추진했다면 성사 가능성도 없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따라서 이번에 나온 국보 2점 역시 사들이고 소장할 곳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가장 적합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문제는 역시 예산이다. 한 고미술 관계자는 “2년 전 30억원 가까이 들여 불상 두 점을 사들인 것도 국립중앙박물관 후원자들이 적극적으로 밀어붙여서 가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후원자들이 한 번은 가능했지만 비슷한 일을 두 차례 반복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계미명금동삼존불상은 563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커다란 광배(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것) 안에 주불과 협시보살을 모두 표현했으며, 뒷면에는 ‘계미년 11월 정일, 보화라는 이가 돌아가신 아버지 조귀인을 위해 만들다(癸未十一月丁日寶華爲亡父趙貴人造)’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금동삼존불감의 제작 연대는 11~12세기로 추정된다. 삼존불은 주불인 석가여래 좌상과 협시보살(문수·보현)로 구성됐다. 금동삼존불을 모신 불감의 제작 양식을 통해 동시대 대웅전의 건축 양식을 유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