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도전' 하뉴, 쿼드러플 악셀 결국 착지 실패…그래도 웃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를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는 하뉴 유즈루. [연합뉴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를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는 하뉴 유즈루. [연합뉴스]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에서 쿼드러플 악셀(4.5회전 점프)을 시도한 '피겨 제왕' 하뉴 유즈루(28·일본)가 결국 전인미답의 고지에 오르지 못하고 돌아섰다. 

하뉴는 10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188.06점을 얻었다. 기술 점수(TES) 99.62점, 예술 점수(PCS) 90.44점, 감점 2점을 합산한 점수다.  

쇼트프로그램에서 95.15점을 얻어 8위에 머물렀던 하뉴는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더해 총점 281.21점으로 올림픽을 마무리하게 됐다. 개인 최고점(322.59점)에는 한참 못 미치는 점수다. 하지만 하뉴는 연기를 마친 뒤 두 팔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 한창인 하뉴 유즈루. [연합뉴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 한창인 하뉴 유즈루. [연합뉴스]

 
악셀은 유일하게 앞으로 도약하는 점프라 다른 점프들보다 반 바퀴를 더 돌고 착지한다. 공중에서 네 바퀴 반을 회전해야 하는 쿼드러플 악셀은 피겨 전문가들로부터 "물리적으로 인간이 소화하기 어려운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초인적인 힘과 비거리, 체공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두 차례 겨울올림픽(2014년 소치, 2018년 평창)에서 금메달을 딴 하뉴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쿼드러플 악셀에 도전장을 던졌다. 올림픽 3연패보다 '사상 최초의 쿼드러플 악셀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대회를 준비했다. 


쉽지 않았다. 실전과 공개 훈련에서 한 번도 완벽하게 착지하지 못했다. 프리스케이팅 경기 직전 몸을 풀 때도 두 차례 쿼드러플 악셀을 시도했지만 거듭 실패했다. 그럼에도 하뉴는 쿼드러플 악셀을 향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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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서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시도하다 넘어진 하뉴 유즈루. [연합뉴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서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시도하다 넘어진 하뉴 유즈루. [연합뉴스]

 
하뉴는 경기 시작 후 첫 점프로 망설임 없이 쿼드러플 악셀을 시도했다. 높이 도약해 네 바퀴 반을 회전했지만, 착지 과정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졌다. 결국 언더로테이티드(under rotated·점프 회전이 90도 이상 180도 이하 부족) 판정을 받았다. 감점 1점도 따라왔다.  

무리한 시도의 여파는 다음 점프까지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 점프 과제인 쿼드러플 살코도 착지하다 넘어졌다. 그러나 하뉴는 이내 '제왕'의 풍모를 되찾았다. 트리플 악셀-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 이어 트리플 플립을 가볍게 성공했다. 쿼드러플 토루프-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쿼드러플 토루프-싱글 오일러-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도 깨끗하게 해냈다. 마지막 점프인 트리플 악셀 역시 가볍게 착지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 한창인 하뉴 유즈루. [연합뉴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 한창인 하뉴 유즈루. [연합뉴스]

 
하뉴는 세 개의 스핀과 스텝 시퀀스, 코리오 시퀀스까지 계획된 연기를 모두 마친 뒤 만감이 교차하는 미소로 관중에게 인사했다. 자신에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올림픽에서 끝까지 의미 있는 도전을 했다는 데에 만족하는 듯했다. 경기를 중계한 곽민정 SBS 해설위원은 "비록 착지에 실패했지만, 올림픽에서 최초로 쿼드러플 악셀 시도를 본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순간이다. 하뉴가 금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그가 최고의 선수였다는 사실은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