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2022 베이징 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하뉴 유즈루. 베이징=김경록 기자
하뉴는 10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188.06점을 획득했다. 쇼트 프로그램(95.15점)에서 8위에 그쳤던 하뉴는 프리에서도 첫 점프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하뉴는 연기를 마친 뒤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인사했다. 객석에선 박수가 나왔다. 수도체육관 밖에는 그를 만날 수 없지만 잠시라도 보려하는 중국인 여성 팬들이 곰돌이 푸 인형을 든 채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 뒤 인터뷰에 나선 하뉴의 표정은 무거웠다. "수고했다"는 말을 건넨 취재진에게 90도 인사를 한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눈물을 글썽이고, 웃었다가 고개 숙였다. 하뉴는 "내 전부를 전부 꺼냈다고 하는 게 솔직한 기분이다. 분명히 지난 대회보다 좋은 악셀 점프를 뛰어왔다. '조금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이 성적이 내 전부일까'란 마음도 든다"고 했다.
하뉴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첫 번째 점프(쿼드러플 살코)를 아예 뛰지 못하는 실수를 했다. 그는 "쇼트에서 그렇게 돼서 분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했다고 생각한다. 불만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최종적으로는 역시 감사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점프 실수를 해 넘어진 하뉴의 모습. 결국 4위에 머물렀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실수가 이어졌다. 4.5바퀴를 회전하는 쿼드러플 악셀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뉴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게 중요하고, 실수하면 이길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전반 2개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하늘과 땅(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이라는 이야기가 완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뉴는 대회 개막 전까지도 입국을 미루고, 쇼트 프로그램 이틀 전에야 베이징에 도착했다. 엄청난 부담감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올림픽을 전혀 전혀 즐기지 못했다. (올림픽을)한마디로는 말할 수 없다. 2014 소치는 분한 느낌으로 이겼고, 성장하기도 했다. 2018 평창올림픽은 성장한 것을 전부 꺼내보였던 곳이다. 베이징은 도전해온 내 자존심을 담은 올림픽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보상 받지 못한 노력이었을 수도 있지만, 솔직히 더 이상 할 수 없을 정도로 노력했다"고 했다.
2026년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하뉴의 나이는 서른 둘이 된다. 예브게니 플루센코가 2014 소치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을 때와 똑같은 나이다. 하뉴는 "좀 시간을 달라. 생각을 하고 싶다. 그만큼 이번 올림픽에 내 모든 것을 꺼내보였다"며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