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쇠)를 없애라' 트리플 악셀 재도전하는 유영

유영이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유영이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꺾쇠)를 없애라.' 쇼트프로그램 6위에 오른 유영(18·수리고)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트리플 악셀에 도전한다. 쇼트에서 실수했던 트리플 악셀을 뛴다면 예상 밖의 결과도 나올 수 있다.

유영은 15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0.34점으로 6위에 올랐다. 한국 여자 싱글 선수가 '탑6'에 프리스케이팅 마지막 조에서 연기하는 건 김연아(2010 밴쿠버 금, 2014 소치 은) 이후 처음이다. 앞서 연기한 김예림(19·수리고)도 9위(67.78점)에 올라 동반 '탑10'을 노린다.

문제는 장기인 트리플 악셀에서 발생했다. 트리플 악셀은 뛰기 전에 몸을 앞으로 돌린 뒤 뒤로 착지하기 때문에 공중에서 3.5회전한다. 그래서 기본 점수가 8.0점으로 다른 3회전 점프인 트리플 플립(5.3점), 트리플 러츠(5.9점)보다 훨씬 높다. 이번 대회 전까지 트리플 악셀을 올림픽에서 성공시킨 여자 선수는 4명에 불과했다. 위험부담이 높지만 성공하면 대박을 노릴 수 있는 무기다. 아사다 마오(일본)가 트리플 악셀을 고집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유영 쇼트프로그램 점수표

유영 쇼트프로그램 점수표

발리예바 쇼트프로그램 점수표

발리예바 쇼트프로그램 점수표

트루소바 쇼트프로그램 점수표

트루소바 쇼트프로그램 점수표

유영은 쇼트프로그램 첫 번째 점프인 트리플 악셀(3A) 착지에 성공했으나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았다. 점수표(맨윗사진, 붉은색 동그라미)에서 '〈〈'로 표현된 것이 바로 그 부분이다. 이 경우엔 수행 점수(GOE)에서 무조건 최소 1점, 최대 5점까지 감점된다. 유영은 2.5회전인 더블 악셀을 시도한 것으로 판정됐다. 기본 점수가 8.0점에서 3.3점으로 내려갔고, 가산점(GOE)마저 0.99점 깎여 2.31점밖에 올리지 못했다.

4분의 1바퀴 또는 2분의 1바퀴 부족할 땐 〈 (언더 로테이션) 판정이 뜬다. 이 경우엔 80%의 기본점을 얻는다. 4위에 오른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그랬다. 트리플 악셀은 인정됐으나 언더 로테이션 판정을 받고, 최대 감점을 받아 3.20점을 얻는 데 그쳤다. 착지를 못한 발리예바는 회전은 확실히 한 덕분에 감점을 당했음에도 5.26점을 얻었다.


히구치 와카바(일본)는 트리플 악셀 성공으로 무려 9.71점을 획득해 유영을 앞질러 5위(73.51점)에 올랐다. 유영이 만약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켜 7~8점을 더 얻었다면 4위까지도 가능했다.

유영이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펼친 뒤 키스 앤 크라이존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유영이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펼친 뒤 키스 앤 크라이존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만 10세 때 악셀을 제외한 3회전 점프를 마스터한 유영은 2015년부터 '트리플 악셀' 훈련을 했다. 그리고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국내 선수 최초로 공식 경기에서 성공시켰다. 때때로 실패해 경기를 망친 적도 있지만, 그는 4회전 점프를 시도하는 러시아 선수들을 보며 더욱 마음을 다잡았다. 줄넘기와 회전운동 등 지상 훈련만 하루에 4시간씩 하며 더 높이, 더 멀리 뛰는 능력을 갖췄다. 덕분에 이제는 국제대회에서도 곧잘 착지에 성공했다. 그런 유영이기에 위험부담을 안고도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에 다시 도전한다.

트리플 악셀이 첫 점프라 실패한다면 뒤에 펼쳐지는 연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럼에도 유영은 쇼트 경기 뒤 "트리플 악셀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유영은 "그동안 준비했던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후회 없는 올림픽 경기를 치르고 싶기 때문이다. 비록 회전수 부족 판정이 나왔지만, 착지를 잘한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만약 유영이 프리에서 악셀을 성공한다면 다른 선수 결과에 따라 4위까지도 노려볼만 하다. 만약 발리예바의 도핑 문제가 사후에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4위의 경우 동메달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