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람 죽여도 감옥 안가, 신난다" 다시 불붙은 촉법소년 논쟁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에서 배우 김혜수.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에서 배우 김혜수. 사진 넷플릭스

“만으로 14살 안 되면 사람 죽여도 감옥 안 간다던데, 그거 진짜예요? 신난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나오는 충격적인 대사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이 드라마는 한국·일본·홍콩 등 아시아 8개국에서 조회수 정상에 올랐고 세계 순위로는 7위(2일 기준)다. 드라마의 인기로 소년범죄와 관련한 해묵은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이슈가 ‘촉법소년’ 문제다. 

다시 불붙은 촉법소년 논쟁  

'소년심판'에서 김혜수.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소년심판'에서 김혜수.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형사미성년자’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상 처벌하지 않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은 청소년들의 잔인하고 심각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논란이 됐다. 2018년 2월 인천에서 남학생 2명에게 성폭행당한 한 여중생이 극단 선택을 했는데, 남학생들이 모두 촉법소년이었다. 당시 피해자 가족이 “형사 미성년자의 처벌을 강화해달라”고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3만 여명이 동의했다. 지난달 1일 울산에서 심야 시간대 무인점포 결제기를 노려 20여 차례 이상 절도를 한 A군(13)은 경찰에 붙잡힌 뒤 자신이 촉법소년이라며 저항했다고 한다.

촉법소년 대한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아서 상한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촉법소년 사건 접수 건수는 2019년 1만22건, 2020년 1만584건, 2021년 1만1208건으로 증가세다. ‘소년심판’ 영상이 공개된 넷플릭스 유튜브 채널에는 “촉법소년을 없애야 한다” “강력범죄는 나이와 관계없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등의 댓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선후보들 “상한 낮추자” 대세

2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왼쪽부터). 연합뉴스

2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왼쪽부터). 연합뉴스

대선 후보들은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낮추는 공약을 잇달아 내놨다. 상한선인 만 14세는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바뀌지 않은 만큼 달라진 소년 범죄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고 전과 등 기록이 남지 않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사회적 인식 수준 등에 맞춰 촉법소년 적정 연령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없지만,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2세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또 “학교폭력·성폭력 등 중범죄에 대한 촉법소년 적용 예외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측은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연령 하향에 반대하고 있다.


법조계 “14세 미만도 처벌 필요” vs “국가가 부모 역할 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쪽은 60여년 전 마련된 현행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나라마다 형사미성년자 기준이 각각 다르다. 14세 미만이 보편적 정의라고 볼 수 없다”며 “보호처분으로 교정될 수 없는 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에게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처벌 강화보다는 국가가 소년범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범죄학 전공인 박선영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4세라는 기준은 의사·심리학자·교육자 등이 합의해 맞춘 기준으로 캐나다 등은 오히려 연령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 모든 소년 사법의 기본 원리는 ‘국가는 부모’라는 것이다.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고 아이들 분노를 조절하는 프로그램 등을 만드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