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두린이'가 웃었다…역대 어린이날 흥행 3위

어린이날 잠실 더비에서 4년 만에 승리한 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인사하는 두산 선수단. [연합뉴스]

어린이날 잠실 더비에서 4년 만에 승리한 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인사하는 두산 선수단. [연합뉴스]

 
어린이날을 맞은 프로야구 KBO리그가 949일 만의 매진과 함께 올 시즌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두산 베어스는 LG 트윈스와의 '어린이날 잠실 더비'에서 3년 만에 이겨 '두린이(두산+어린이)'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두산은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를 9-4로 꺾고 어린이날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장식했다. 역대 어린이날 LG 상대 승률은 0.577(15승 11패)로 더 좋아졌다. 두산은 또 이날 KIA 타이거즈에 패한 키움 히어로즈를 밀어내고 3위로 올라섰다. 반면 5위 LG는 '숙적' 두산에 이틀 연속 발목을 잡혀 KT 위즈에 1.5경기 차로 쫓기는 처지가 됐다.

1996년 시작된 어린이날 맞대결은 두산과 LG의 라이벌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승부다. 총 25시즌(1997·2002년 제외) 동안 어린이날마다 잠실에서 만나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2년 연속 매진 행렬이 이어져 KBO 리그를 대표하는 흥행 카드로 자리 잡기도 했다. 올해는 2만4012명이 들어와 988명 차로 매진에 실패했지만,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관중을 모으면서 여전한 인기를 자랑했다.  

LG와의 어린이날 잠실 더비에서 5회 초 켈리를 상대로 홈런을 친 뒤 1루를 향해 달리는 두산 김재환. [뉴스1]

LG와의 어린이날 잠실 더비에서 5회 초 켈리를 상대로 홈런을 친 뒤 1루를 향해 달리는 두산 김재환. [뉴스1]

 
두산은 1996년 더블헤더 2승을 포함해 지난해까지 어린이날 상대 전적 14승 11패로 앞서 있었다. 다만 지난 2년간 연속으로 LG에 승리를 내줘 올해 설욕을 별렀다. 이날은 1회 초부터 LG 에이스 케이시 켈리(5이닝 8실점 6자책점)를 코너로 몰았다. 테이블세터 안권수와 조수행이 나란히 출루했고, 2사 2·3루에서 허경민의 선제 2타점 적시타와 강승호의 적시 2루타가 잇따라 터졌다.  

LG가 2회 말 오지환의 2점 홈런(시즌 5호)으로 곧바로 추격했지만, 두산은 4회 초 박세혁의 2타점 적시타와 조수행의 쐐기타로 다시 3점을 더 냈다. 5회 초엔 김재환이 선두 타자 홈런(시즌 5호)을 터트려 흐름을 가져왔고, 9회 초 강승호가 시즌 첫 솔로포를 쏘아올려 3년 만의 어린이날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KT는 수원 룟데 자이언츠전에서 박병호의 통산 7번째 결승 만루홈런을 앞세워 8-2로 이겼다. KT가 1군에 진입한 2015년 이후 8년 만의 어린이날 승리다. 이 경기는 시작 40분 만에 2만석이 모두 들어차 올 시즌 139경기 만에 처음으로 매진에 성공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 9월 29일 잠실 LG-두산전 이후 첫 매진 사례다. 롯데는 선발 글렌 스파크맨이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6실점으로 무너져 힘도 못 쓰고 완패했다.  

SSG 랜더스는 인천 한화 이글스전에서 14-4로 크게 이겨 관중석을 꽉 메운 만원 관중(2만3000석)의 응원에 화답했다. SSG 선발 이반 노바는 타선의 폭발적인 득점 지원 속에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3승째를 수확했다. 한유섬은 2회 3점 홈런(시즌 5호)을 터트려 장단 13안타를 몰아친 타선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키움과의 어린이날 매치에서 8이닝 동안 안타 1개와 볼넷 1개만 내주고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한 KIA 이의리. [연합뉴스]

키움과의 어린이날 매치에서 8이닝 동안 안타 1개와 볼넷 1개만 내주고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한 KIA 이의리. [연합뉴스]

 
KIA는 광주 홈 경기에서 키움을 10-1로 완파했다. KIA 선발 이의리는 8이닝 1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쳐 시즌 첫 번째 승리를 따냈다. KIA가 키움과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박동원은 친정팀을 상대로 5회와 6회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 통산 100홈런 고지를 밟았다. 키움은 4위로 내려갔다.  

삼성 라이온즈는 NC 다이노스와의 대구 홈 경기에서 5-2로 이겼다. 삼성 선발 황동재가 6와 3분의 2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올렸고, 오재일이 7회 시즌 4호 홈런을 쳤다. 

한편 이날 5개 구장에는 총 10만3573명의 야구팬이 몰려 올 시즌 총 관중 109만9936명을 기록하게 됐다. 역대 어린이날 중 2016년 11만4085명, 2018년 10만6881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관중 수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