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로 한국 럭비대표팀 감독. [사진 대한럭비협회]](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09/ecb8bac8-e4b0-45d8-b700-a9b034ec694f.jpg)
찰스 로 한국 럭비대표팀 감독. [사진 대한럭비협회]

'럭비 히딩크'로 불리는 찰스 로 럭비 대표팀 감독 "월드컵 1승 후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목표"라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7일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만난 찰스 로 한국 럭비 대표팀 감독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전날 무기한 연기됐다. 갑작스런 소식이지만, 로 감독은 비상 회의 없이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2022 코리아 슈퍼리그 경기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며 국가대표 옥석 가리기 중이었다.
다음 달 2023 프랑스 럭비 15인제 월드컵 아시아 예선과 오는 9월 2022 남아공 럭비 7인제 월드컵에 나설 멤버다. 로 감독은 "아시안게임과 월드컵이 겹쳐 고민했는데, 오히려 잘 됐다. 올해 월드컵은 주축 멤버로 치른 뒤, 세대 교체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겠다. 차세대 선수들은 이미 낙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중에도 수시로 고개를 돌려 경기 중인 선수들과 플레이를 체크했다.
![2002 남아공 럭비 7인제 월드컵 진출권을 따낸 한국 럭비 대표팀. [사진 아시아 럭비 공식 트위터]](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09/3c97c792-c2ec-4e98-9340-60b922d294da.jpg)
2002 남아공 럭비 7인제 월드컵 진출권을 따낸 한국 럭비 대표팀. [사진 아시아 럭비 공식 트위터]
2019년 대표팀 기술 고문으로 합류해 2021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로 감독은 한국 럭비의 '거스 히딩크'로 불린다. 실업팀 4개, 성인 선수 100여 명 뿐인 '럭비 황무지' 한국을 3년 만에 아시아 강팀으로 끌어올려서다. 이 기간 한국은 2020 도쿄올림픽(7인제) 예선에서 아시아 최강 홍콩을 꺾고 사상 첫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 1923년 럭비가 국내에 도입되고 100년 만의 쾌거였다. 지난해 12월 2021 아시아 7인제 시리즈 겸 2022 남아공 월드컵(9월) 아시아 예선 준결승에선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우승(홍콩)·준우승(한국) 팀에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건 2005년 이후 17년 만이다.
![한국 럭비 로 감독은 지도 아래 사상 첫 올림픽 진출을 일궜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09/1f8fcdad-bfc5-47d9-b8d4-3825d15f1bcb.jpg)
한국 럭비 로 감독은 지도 아래 사상 첫 올림픽 진출을 일궜다. [연합뉴스]
철저한 분석은 로 감독의 성공 비결이다. 훈련마다 영상과 모션 센서 등을 활용해 활동량과 동선을 체크해 선수 활용법과 팀 전술을 결정한다. 개인 컨디션에 따라 전술이 팔색조처럼 바뀐다. 일부 프로 스포츠에선 이미 도입됐지만, 국내 럭비에선 신기술에 가깝다. 데이터 분석해 맞춤식 전술을 짜는 데는 수십 일이 걸린다.
![일찍 현역 은퇴한 로 감독은 세계 1위 남아공에서도 실력으로 인정 받은 지도자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09/4237ad35-3744-4242-9285-a7508a1ef234.jpg)
일찍 현역 은퇴한 로 감독은 세계 1위 남아공에서도 실력으로 인정 받은 지도자다. [연합뉴스]
로 감독은 자신의 '황금 인맥'도 적극 활용한다. 그는 친분이 두터운 잉글랜드(15인제) 에디 존스 감독, 마이크 프라이데이 미국(7인제) 감독 등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며 전술과 정보를 교환한다. 네 살 때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럭비를 시작한 로 감독은 부상으로 1986년 21세의 젋은 나이에 은퇴했다. 이후 감독으로 변신한 그는 남아공 프로 팀 샤크스와 남아공 18세 이하(U-18) 대표팀을 이끌었다. 그가 지도한 U-18 선수 중 상당수가 남아공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국제 럭비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남아공은 세계 랭킹 1위다.

로 감독은 전국 팔도를 오가며 선수를 살핀다. 이미 차세대 국가대표까지 낙점했다. 피주영 기자
아직 한국이 서툰 로 감독은 말보단 스킨십을 통해 선수들과 소통한다. 로 감독은 선수들에게 '찰리(찰스의 애칭) 삼촌'으로 불릴 만큼 격 없이 지낸다. 진은 "대표팀에선 감독님과 하루에도 수 차례 대화한다. 통역과 함께 방에 찾아오셔서 '밥은 먹었는지' '부모님은 건강하신지' '고민은 있는지' 등 일상 얘기를 나눈다. 그러면서 사제지간에 끈끈한 정과 조직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로 감독은 '럭비 손흥민'도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09/484719a9-ba6b-4ad3-941e-7830c53f0342.jpg)
로 감독은 '럭비 손흥민'도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연합뉴스]
한국은 올해 월드컵에서 사상 첫 승이 목표다. 그다음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건 홈에서 열린 2002년 대회가 마지막이다. 2006년부턴 일본, 홍콩에 밀려 3연속 동메달이다. 로 감독은 "고향에서 열리는 대회에 한국 선수들과 자부심 느낄 수 있는 결과를 갖고 돌아오겠다. 세계 정상급 팀과 격차는 크다. 그러나 대진운이 따라준다면 1승은 충분히 가능하다. 역사를 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