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출마, 후광 아닌 그늘 됐다"…김은혜 복잡해진 셈법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인 국민의힘 김은혜 전 의원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안철수 위원장과 면담을 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인 국민의힘 김은혜 전 의원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안철수 위원장과 면담을 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버렸다.”

6·1 지방선거를 두고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여야 대선 주자급 인사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본래 선거인 지방선거의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과 경쟁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각각 인천 계양을과 경기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정치권에선 “대선 연장전”이란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이른바 ‘윤심(尹心)’을 업고 출마한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꺾었을 때만 해도 기세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와의 승부가 박빙으로 흐르면서 당내에선 “김 후보가 안철수 후보의 출마를 원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선 때도 상대적으로 열세 지역이었던 경기 지역 선거의 붐업을 위해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혀온 박민식 전 의원 대신 안 후보를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 공학적’ 계산이 아직까지 애초 의도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안 후보가 함께 뛰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안 후보가 출마를 공식화한 뒤에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일각에선 “안 후보로 인한 ‘후광 효과’보다 안 후보가 김은혜 후보를 가리는 ‘그늘 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후보는 안 후보가 분당갑으로 오게 되면 지지율 상승에 도움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봐서는 김 후보가 받아야 할 스포트라이트를 안 후보가 가져가는 시선 분산 효과가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하다가 선거에 뛰어들면서 ‘윤심’에 기댄 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김은혜 후보의 강점이 흐려졌다는 지적도 있다. ‘윤심’에 ‘안심(安心)’이 더해지면서 선명도가 오히려 떨어졌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윤석열 정부 출범에 기여한 건 맞지만 윤 대통령과는 차별화된 색깔이 강하다”며 “안 후보가 경기지사 선거 전면에 나서는 꼴이 되면서 윤심은 오히려 흐려진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상황이 여의치 않자 김은혜 후보가 중앙당에까지 선거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속앓이가 있는 상황이지만 안 후보와 김은혜 후보는 최대한 ‘윈·윈 효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 측은 앞으로 대선 당시 이슈를 주도했던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집중 조명하고 김 후보와 동반 일정도 소화할 계획이다. 실제 안 후보는 12일 후보자 등록 후 기자들과 만나 분당 지역의 상징적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장동 사건 때문에 많은 분이 분노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이곳 주민들이 명예를 회복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