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국민의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의 거취 압박에도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결단하지 않을 경우 출당(제적) 조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용태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물음에 “당내 컨센서스를 도출해 국민 상식에 맞는 판단을 할 것”이라며 “김문수 후보나 선거대책위원장들과 조율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스스로 결단할 문제라고 보나’라는 물음엔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는 건 저도 여러 차례 말한 적 있다. 그것과 관련한 여러 논의가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도 “(윤 전 대통령 거취에 대해) 여러 가지를 논의 중이다. 당원의 중지를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라고도 했다.
다만 김문수 후보는 이날 대구시당에서 열린 선대위 출정식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현재로선 그런 조치(출당)를 생각해본 적 없다”고 거리를 뒀다. 김 후보는 “탈당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윤 전 대통령 본인 뜻”이라며 “당이 탈당하라, 하지 말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판단해 탈당하면 우리 당도 책임이 있다”며 “자기가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은 도리도 아니다”고도 했다.
당을 이끌 김 의원이 전면에서 과감한 발언을 쏟아내고, 김 후보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데 대해 당내에선 “일종의 역할 분담”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등에 업고 대선후보가 된 김 후보가 직접 나설 수 없으니 김 의원이 대신 나서 김 후보의 강성 이미지를 희석하는 투트랙 전략이라는 취지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두 사람의 결이 달라 보이지만, 결국 윤 전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이슈로 띄워 자진 탈당을 유도하는 포석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후보는 김 의원에게 활동 공간을 열어주고 내부 비판적인 발언도 아끼지 말아달란 입장”이라며 “이번 윤 전 대통령 거취 문제를 비롯해 김 후보와 김 의원 사이에 소통과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걸로 안다”고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된 김용태 의원에게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스1
대선을 3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국힘의힘 내부에선 윤 전 대통령과 갈라서야 한다는 주장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결집 호소문을 내는 등 대선 한복판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자 당내 위기감은 더 커졌다.
한동훈 전 대표는 13일 “탄핵 반대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자들을 당과 선거 보직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윤 전 대통령 출당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절연해야 한다”고 김 후보를 압박했다.
다만 당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의 당적 문제로 잡음이 커지면 탄핵에 반대했던 ‘집토끼’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을 제명 조치하거나 탈당 권유(10일 내 불응 시 자동 제명)하는 등 선제적으로 징계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대구·경북 지역 의원은 “강제 조치보다는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는 모양새가 나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윤 전 대통령 문제가 불거지자 보수 진영 내부의 경쟁자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 후보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올리며 “봉건시대 군신유의(君臣有義·임금과 신하 사이에 의리가 있어야 한다)도 아니고, 국민이 왜 윤석열에 대한 도리를 지켜야 하는 것이냐”며 “김용태 비대위원장에게 묻는다. 김문수 후보의 발언에 동의하느냐”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