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 신규 간호사 조모(24)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리 병동에서 일하고 있다. 한창 일을 배워야 하는 초년병이지만, 쏟아지는 환자에 눈앞의 일을 처리하기에 급급하다고 했다. “환자가 많으면 실수가 나올 때도 있어요. 저는 환자 목숨을 구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너무 무서워서 차라리 일을 그만둘까 싶었죠”라고 조씨는 토로했다.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 네거리에서 열린 '제51회 국제간호사의날 결의대회'에서 전국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이 간호법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말뿐인 영웅 되기 싫다”…간호법 제정 촉구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말뿐인 코로나 영웅이라는 찬사는 우리를 더 힘들게 할 뿐”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간호법 제정이라는 가시적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전국보건의료노조와 함께 전국적 의료기관 파업에 동참할 것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은 여야 3당 모두가 제정 추진을 약속했고, 지난달 27일 열린 법안소위에선 여야 합의로 간호법 조정안이 마련됐다”며 “여야 모두가 합의한 간호법 조정안을 두고 졸속 날치기 통과됐다는 의사와 간호조무사 단체의 주장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그간 간호계에서는 의료법과는 독립된 간호법을 제정할 것을 주장해왔으나,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간호사 업무가 의사 면허 범위를 침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해 법 제정을 반대해왔다. 간호법은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의결을 남겨두고 있다. 이 절차가 완료되면 간호법은 공포 수순을 밟는다.

지난 1월 4일 오전 한 코로나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모습. 장진영 기자
일평균 환자 15.2명…“마른걸레 쥐어짰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1월부터 한 달간 조합원 4만28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간호사 한 사람이 맡는 환자 수는 일평균 15.2명이었다. 간호사들은 1인당 맡아야 하는 적정 환자 수는 5~10명 사이라고 응답했다.
“의료인 간 업무 범위, 명확하게 규정돼야”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이날 결의대회를 마치고 광화문 사거리에서 숭례문을 거쳐 서울역 광장까지 약 2.5km 구간의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