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법관 14명 중 13명 임명…대법원장 선출은 고차 방정식 [Law談]

대통령 취임 경축연회. 10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 경축연회가 열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 김명수 대법관.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 취임 경축연회. 10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 경축연회가 열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 김명수 대법관.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한 보수 진영이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진보 벨트’가 구축된 사법부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윤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7년 5월까지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 소장을 포함한 최고 법관 대부분이 교체돼 순차적으로 ‘중도화’ 또는 ‘보수화’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내년 9월, 유남석 헌재 소장은 내년 11월에 임기를 마친다.

김명수 대법원장 포함 대법관 13명 교체…’진보 벨트’ 깨질 듯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임기를 시작한 윤 대통령은 퇴임할 때까지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총 14명 중 13명의 후임자를 임명하게 된다. 당장 김재형 대법관의 임기가 올해 9월 종료되고, 내년 7월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9월에 김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난다.

 
이후 2024년엔 안철상·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이, 2026년엔 노태악·이흥구 대법관이 물러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임명된 천대엽 대법관은 2027년 윤 대통령 퇴임 직전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해 9월 임명된 오경미 대법관을 제외한 대법원 구성원 전원이 윤석열 정부에서 교체되는 셈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5년간 진보 성향의 대법관을 늘려 두터운 ‘진보 벨트’를 구축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번 정부에선 보수 성향 대법관을 늘려 무게 중심을 맞출 공산이 크다. 한국 사법체계의 최종심을 담당하는 대법원 구성원들이 바뀌게 되면 사회 쟁점 사안들에 대한 판례에 변화를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대법관들의 임기가 순차적으로 끝나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대법원 보수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내년 9월 김 대법원장의 후임이 임명되면 법원 각급 법원장과 법관 인사에도 연쇄 작용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은 13명 대법관에 대한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고, 각급 판사 보직권을 가지고 있어 사실상 사법부 구성의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문 전 대통령 취임 4개월 뒤인 2017년 9월 임명된 김 대법원장은 기준이나 관례에서 벗어난 법관 인사를 단행해 ‘코드 인사’ 논란을 불렀다.


대법원장은 헌법재판관 지명권, 중앙선거관리위원 지명권 등도 갖는다. 대법관 가운데 한 사람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는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지난 4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앞두고 배석해 있다.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지난 4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앞두고 배석해 있다. 뉴스1

 

尹, 차기 대법원장 '고차방정식' 어떻게 풀까 

김 대법원장의 임기가 아직 1년 이상 남았지만 법원 안팎에선 벌써 차기 대법원장 후보군이 거론된다. 윤 대통령이 대법원장 인선의 고차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낼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삼부 요인이자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 인선에 고려해야 할 점은 후보자의 자질과 철학뿐 아니라 사법연수원 기수, 출신, 성별, 나이, 고향, 여소야대 환경 등 다양하다. 법원 내부에서는 법리에 탁월한 후보군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기수는 김 대법원장의 기수(15기)를 고려해 16~20기 사이에서 발탁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장의 정년이 70세인 만큼 나이도 고려대상이다. 또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거대 야당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이 법조계 마당발인 점을 고려하면 대통령과의 인연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차기 대법원장 후보군으로 한승(59·사법연수원 17기) 전 전주지방법원장, 김소영(57·19기) 전 대법관, 강일원(63·14기)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현 대법관 중엔 노태악(60·16기) 대법관 등이 거론된다.

함석천 대전지법 부장판사(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는 “대법원장이 당장의 성과나 사법부의 방향만 지나치게 고려해 국민과 사법부 내부 여론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생각의 중심이 국민에게 있고, 부차적으로 법원 가족의 생각을 이해해 주는 인물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 9월 임기를 마치는 김재형 대법관 후임 인사가 향후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원 지형 변화를 짐작해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란 게 법조계 분석이다. 현직 법관 중에 뽑는다면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뽑을지, 고법 판사를 뽑을지가 관심이다. 지난해 5월 퇴임한 박상옥 대법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검찰 출신으로 채울 가능성도 있다. 또 김 대법관이 학계 출신인 점을 고려할 수도 있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법원 조직이 활력을 가지려면 김 대법관 후임으로 항소심을 전담하는 고등법원 판사가 임명되는 게 낫다고 본다”며 “고법 부장판사 자리가 사라지면서 법원을 이끌어갈 인재들인 고법 판사들이 법원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도 큰 변화 예상…尹 임기 내 재판관 전원 교체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2월 24일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 선고를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2월 24일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 선고를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현대사의 변곡점마다 중요한 결정을 해왔던 헌재도 구성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윤 대통령 임기 안에 유남석 소장을 비롯한 재판관 9명 전원이 교체되기 때문이다. 소장을 포함한 헌재 재판관들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3명씩 지명하는 형태지만 대통령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내년 11월 물러나는 유 소장 후임과 2025년 4월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을 직접 임명하게 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유 소장을 포함해 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등 5명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헌재 역시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보수 쪽으로 무게추를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