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해 키워드 30]<솽스이> ‘싱글의 날’에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상징됐다

어느 나라나 애인 없는 젊은 싱글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한국에선 이들끼리 모여 짜장면을 먹는다는 ‘블랙 데이’가 있다. 중국에선 나뭇잎 없이 앙상한 나무 같은 숫자 1이 모인 11월 11일이 그 날이었다. 그 뜻을 살려 광군제(光棍節)라고 불렀다.

알리바바 그룹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가 2009년 11월 11일을 맞아 세일 행사를 벌였다. 이 마케팅이 빅히트를 쳤고 다음 해부턴 텐센트, 바이두 같은 포털사이트와 징둥닷컴, 핀둬둬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가세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11월 11일은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같은 쇼핑 데이가 되었고 명칭도 ‘쌍11’이란 뜻의 솽스이(雙十一)로 바뀌었다. 현재 중국 솽스이 행사의 매출 규모는 블랙 프라이데이의 3배를 넘고 있다. 처음 이 이벤트를 기획한 장융(張勇)은 마윈(馬雲)의 뒤를 이어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되었다.

2020년 충칭에서 한 여성이 라이브커머스로 쥬얼리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2020년 충칭에서 한 여성이 라이브커머스로 쥬얼리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솽스이는 중국 전자상거래의 상징이다. 10월 20일쯤이 되면 알리바바, 징둥닷컴 등이 예약판매에 돌입한다. 11월 11일 당일 0시가 되면 중국 네티즌들의 광클릭이 시작된다. 리치치(李佳琪), 웨이야(薇婭·viya), 쉐리(雪梨) 같은 왕훙(網紅·인플루언서)들은 라이브 방송을 켜고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린다. 한 명의 방송을 수천만 명이 시청한다. 또 다른 유명 왕훙인 파피장(papi醬)은 지난해 솽스이 때 화장품 판매로 몇 시간 만에 10억 위안(약 1900억원)을 벌어들였다.

한국 네티즌들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평택 세관은 지난해 솽스이 이후 3주 동안 중국으로부터 약 210만 건의 특송 물품을 접수했다. 전해 같은 기간 58만 건의 3배가 넘었다. 지난해 11월 11일 하루 동안 알리바바 계열의 톈마오(티몰)에서 거래된 액수는 5403억 위안(약 102조원), 전년도 솽스이 때 기록한 4982억 위안(약 94조 1946억 원)을 경신했다. 2위 업체인 징둥닷컴도 3491억 위안(약 66조원)으로 전년도 2715억 위안(약 51조 원)을 넘어섰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세계 1위다.  
한국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국의 전자상거래 매출액은 2조8000억 달러(약 3570조 원)로 미국(7098억 달러)을 멀찍이 따돌렸다. 영국, 일본, 한국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중국의 전자상거래는 세계 최초로 국가 전체 소비 중 절반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농촌에서까지 전자상거래가 일상화되었기에 가능한 규모다. 핀둬둬는 쌍방향 쇼핑 노하우를 살려 농민과 유통업체를 소비자와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2019년에만 1200만 명의 농부들이 핀둬둬 사용자들에게 과일과 채소를 공급했다. 알리바바 그룹의 물류시스템 차이냐오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전국 농촌 곳곳에 물류를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솽스이 기간에 모바일로 쇼핑하는 고객 [사진 셔터스톡]

솽스이 기간에 모바일로 쇼핑하는 고객 [사진 셔터스톡]

 
어느덧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레드오션이 됐다. 매출 신기록을 세우긴 했지만 지난해 솽스이의 판매 성적은 기대치를 밑돈 것이었다. 할인 경쟁 과열로 이윤율이 떨어져 한때 절반에 달하던 할인율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판매자들은 고객을 ‘낚기’ 위해 예약금, 선할인, 쇼핑 지원금, 묶음 할인 등 갖가지 옵션을 갖다 붙여 소비자들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솽스이 땐 톈마오와 징둥닷컴에서 10월 20일 사전판매로 1863억 위안(약 35조 2400억원)을 벌어들였는데 오히려 11월 11일 당일 판매가 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돼 구매자들의 원성을 샀다.

알리바바 등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反)독점 처벌도 전자상거래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코로나19로 급성장했던 생필품 공동구매 시장은 메이퇀, 핀둬둬, 디디추싱 같은 대형 플랫폼이 중소 업체들을 밀어내며 과점을 형성했는데, 지난 3월 규제당국이 과도한 경품 제공과 반(反)경쟁 할인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하며 철퇴를 맞고 시장 규모도 위축됐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전자제품 공급 물량도 줄어들었다.

온라인 쇼핑 [사진 셔터스톡]

온라인 쇼핑 [사진 셔터스톡]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인 B2C 전자상거래 시장이 과열되면서 기업 간 거래인 B2B로 이동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Zall, HC360, 궈롄구펀 같은 B2B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있다. 의류, 자동차, 여행업 등 영역에서 원자재, 설비, 부품 등을 거래하며 거래선 발굴부터 상담, 계약, 운송, 결제, 통관 등 서비스가 플랫폼에서 이뤄진다.

중국의 거대한 전자상거래 시장은 한국 기업들에도 큰 기회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중국의 해외 제품 수입은 지난 5년간 연평균 31%로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한국의 온라인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증가해 2020년엔 87.7%를 기록했다. 2위 미국이 3.9%에 불과하니 압도적이다. 중국으로의 온라인 판매 증가율은 2019년 79.1%로 한 해 만에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전체 온라인 수출이 –0.6%로 하락했지만 대중국 수출은 0.9% 증가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한국 기업들이 익혀야 할 이유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