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더 '물가와 전쟁'하는 파월…"연착륙 달성, 당장 어려워"

 

4년 더 임기 보장 받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은 EPA연합뉴스.

4년 더 임기 보장 받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은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앞으로 4년 더 미국의 통화 정책을 지휘하게 됐다.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을 소방수 역할을 맡은 것이다. 연임이 결정된 날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 연착륙을 지금 당장 달성하기에는 상당히 어렵다"고 밝히며 물가와의 전쟁이 한 층 어려워졌음을 시인했다.

80:19, 압도적 표차로 연임 확정 

미국 상원은 12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파월 Fed 의장의 인준안을 큰 표차(찬성 80 대 반대 19)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2월까지다. 파월은 지난 2월 임기가 만료돼 이후 의장 대행으로 Fed를 이끌어왔다. 로이터통신은 파월 의장에 대한 재신임은 “2020년 봄 불어닥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에 잘 대처했다는 평가와 함께 1980년대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 대처 능력에 신뢰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파월의 어깨는 가볍지 않다. ‘물가정점(피크아웃)’을 기대하게 했던 지난 11일 발표한 4월 미국 소비자물가(CPI)가 8.3%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8.1%)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2일 발표된 생산자 물가지수(PPI)마저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4월 PPI는 전년 동월 대비 11.0%를 기록했다. 노동부가 2010년 11월 관련 통계를 산출한 이후 가장 높았던 지난 3월(11.5%)보다는 0.5%포인트 낮아졌지만, 시장 예측치(10.7%)를 웃돌았다. 생산자 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는 의미다.

파월 "연착륙 상당히 도전적인 일"  

경기에 대해 자신만만하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보다 한 풀 꺾인 발언을 이날 내놓았다. 파월 의장은 마켓플레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착륙을 달성하는 것은 지금 당장으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일(quite challenging)이다"고 말했다. 현재 물가 상승의 많은 부분이 통제하기 힘든 외부 요인에 기인한 탓이란 설명이다. 그는 "Fed는 수요는 통제할 수 있지만, 공급 쪽에는 손을 쓸 수 없다”며 “현 인플레이션 상황은 공급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지정학 이슈들이 곳곳에 터지고 있어 내년까지 세계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파월의 이 같은 인터뷰를 두고 “최근 내놓은 발언 중 가장 비관적(bearish)이었다”고 평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된 4월 물가가 둔화하기는 했지만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인플레이션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시각을 가지게 된 것 같다”며 “결국 긴축을 할 경우 일정 부분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빅스텝 두 번이 바람직"...자이언스텝 가능성도 열어둬 

기준금리 인상 계획에 대해서는 빅스텝(0.5%포인트) 두 번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재확인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가 예상대로 움직이면 향후 두 번의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그는 "상황이 더 좋으면 기준금리를 덜 올리고 상황이 더 나빠지면 기준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했다. 0.75%포인트 인상할 준비가 되었나'라는 질문에도 "Fed는 들어오는 데이터와 바뀌는 전망에 적응해왔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편, 미국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파월 의장과 달리 ‘연착륙’에 대해 여전히 확신하는 모습이다. 옐런 장관은 같은 날 하원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Fed가 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과정에 있다"며 "Fed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