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한 암호화폐 투자 유튜버의 실시간 방송 중 달린 댓글 내용이다. 이 유튜버는 국산 암호화폐인 루나에 약 2억 6000만원을 투자했으나, 가격이 폭락하면서 가치가 45만원까지 떨어진 모습을 중계했다. 고급 스포츠카를 살 수 있는 돈이 불과 며칠 사이에 킥보드 가격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이날 루나가 상장폐지 수순까지 밟으면서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3일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모습.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자매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 폭락으로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루나 폭락에 ‘김치코인’ 투자자들 비명
한 달 사이에 루나 가격이 사실상 ‘휴짓조각’이 되자 투자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날 암호화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루나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연이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친구가 ‘마통(마이너스통장) 뚫어서 1억원을 넣었는데 완전히 박살 났다’고 울면서 전화했다”며 “원금 회복 가능성이 있겠느냐”고 물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바이낸스의 상장폐지 조치가 내려진 뒤인 13일 오전(한국시간) 루나의 가격은 0.006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하루 전 (1.07달러)보다 99%가 떨어졌다. 사진 코인마켓캡 캡쳐
투자 손실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예고하는 글이 연달아 올라오자 ‘경찰이 주말 사이 마포대교 순찰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온라인에서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관련 지시를 내린 적 없다”고 일축했다.

13일 '경찰이 마포대교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온라인에 퍼졌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지시를 내린 적 없다″고 일축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악재 겹친 암호화폐 시장…“적정 규제 필요”
시장에 악재가 이어지자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적극적 투자성향을 가진 2030 세대가 이른바 ‘김치코인’(국내 블록체인 기업이 발행한 암호화폐)에 몰리는 경우가 많아 이번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는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지만, 대표가 한국인이라 투자자들 사이에선 김치코인으로 분류된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CEO. 링크드인 캡처
블룸버그 등 외신도 현금이나 국채 같은 안전자산 대신 암호화폐를 담보로 코인을 발행하는 테라폼랩스의 사업 구조를 비판한 바 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코인 발행사의 자격 요건 등을 일정 부분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