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브리씽 랠리' 시대가 저물고 모든 자산을 내다파는 '셀 에브리씽' 시대가 왔다. 월가의 큰손은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성 자산을 늘리고 있다. 사진은 셔터스톡.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드는 도화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통화정책이다. 잦아들지 않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Fed가 더 빠르고, 더 세게 돈줄(기준금리 인상 등)을 죌 것으로 예상하면서 넘쳐났던 유동성이 메마르고 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맥을 못 추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2일(현지시각) 기준 올해 들어 28.2% 폭락해 1만1370선으로 밀려났다. 스탠더드앤드푸어(S&P)500(-18%)과 다우존스(-13.3%) 지수도 넉 달 보름 사이 10% 넘게 하락했다.
특히 시장 금리에 민감한 애플 등 기술주의 급락이 눈길을 끈다. 애플은 2020년 7월 이후 2년여 만에 세계 시가총액(시총)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날 나스닥에서 애플 주가(142.56달러)는 연초보다 21.7% 하락했다. 시총은 2조3070억 달러(약 2962조원)로 쪼그라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 타다울 증시에서 거래되는 아람코 시총(2조3820달러)보다 750억 달러 적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식 외 대안 없다’ 강세론 흔들
머크 인베스트먼트의 닉 리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Fed의 정책 변화가 투자자의 시장 셈법을 바꾸고 있다”며 “2009년 이후 ‘TINA’로 지탱해온 강세장의 효과 일부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뿐이 아니다.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다. 지난 13일 코스피는 연초(2988.77)보다 12.9% 내린 2604.24에 장을 마쳤다. 같은 기간 홍콩 항셍지수(-14.5%)와 대만 가권지수(-13.3%) 등도 주가가 10% 이상 급락했다.
암호화폐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비트코인 몸값은 9개월여 만에 4000만원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14일 오후 1시 국내 코인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연초(5791만5000원)대비 31.4% 하락한 1비트당 3972만9000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치 코인’ 루나와 테라는 전 세계 주요 거래소에서 거래가 중단되거나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루나의 가격은 0.00023달러다. 1달러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 UST 가격은 82% 추락한 18센트다.
전 세계 채권가치 2경1760조원 증발

금리 상승은 채권가격 하락도 부추기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9일 기준 전 세계 채권가치는 17조 달러 증발했다. 연합뉴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위축되자 월가 큰손은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라이더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달 말 WSJ과의 인터뷰에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리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글로벌 주가는 2~6개월 동안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 미국의 자산운용사 ‘시에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도 주가 하락에 대비해 주식 비중을 확 낮췄다. 이곳의 공동창업자인 데이비트 라이트는 “인생 최대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했다”며 “지난달 말 기준 운용 펀드의 절반은 현금으로 채웠고 미국 주식비중은 3% 미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