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온라인 개학이 결정되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의 교실이 열린 순간을 중학교 교사 A씨는 이렇게 기억했다.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였다”면서다. 어떤 이는 ‘편안한 시간’이었을 거라 쉽게 짐작하기도 하지만, 지난 2년여는 교사들에게 생전 처음 겪는 업무의 연속이었다.
잠꾸러기 학생 전화로 깨웠다

지난 12월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곡선초등학교에서 입학을 앞둔 어린이가 담임 선생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사상 첫 ‘온라인 수업’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A씨는 “교사들끼리 온라인으로 쪽지시험 치는 법, 동영상 제작하는 법을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적응해 갔다”고 회고했다.
초등학교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연주해야 하는 리코더 대신 칼림바나 우쿨렐레가 악기의 ‘대세’가 됐다고 한다. 초등학교 교사 C씨는 “‘모둠 만들기’나 ‘짝 활동’도 못 하게 됐다. 제약 속에서 학생들이 재미있어하는 수업을 하는 게 힘들었다”며 “교내 체험실을 최대한 활용하는 등 이런저런 궁리를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수도권 학교들이 전면 원격수업에 들어간 지난해 7월 14일 오전 서울 노원구의 원광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교사는 ‘우리 교실 중대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첫날인 2일 오전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생들이 100%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2만 84명으로 87일 만에 2만명대로 감소했다. [프리랜서 김성태]](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15/316018d2-a0d4-49e4-b6b9-5322a86b05d0.jpg)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첫날인 2일 오전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생들이 100%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2만 84명으로 87일 만에 2만명대로 감소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등교 시 교문, 점심시간 전 식당에서 체온을 쟀다. 손 소독·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계속 주지시키는 것도 교사들의 일이었다. 교실에는 가림막을 세우고 거리두기 스티커를 붙였다. 3월에는 학생들에게 주 2회 자가진단키트를 하게 해서 결과를 일요일·수요일 저녁마다 결과를 취합했다.
아침엔 독촉 전화, 밤엔 안내 전화

지난 3월 2일 오전 울산시 북구 달천중학교에서 보건교사가 학생들에게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배부한 후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연합뉴스
교사들은 학부모들 간의 이견도 힘들었던 점으로 꼽았다. B씨는 “자녀를 등교시키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이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이렇게 위험한데 급식을 먹으면 어떡하냐’는 전화가 오곤 했다”고 말했다.
수시로 바뀌는 방역 정책도 곤혹스러웠다. C씨는 “거리 두기 정책이 바뀔 때마다 학교 지침도 바뀐다. 그때마다 안내해도 헷갈리기 때문에 학부모나 학생으로부터 문의 전화가 잦았다”고 말했다. 증상이 있는 학생을 등교시킨 학부모와 실랑이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직무 만족도 6년 만에 반 토막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꽃도매상가의 한 꽃집에 카네이션 바구니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B씨는 “교육청에서 좋은 교육 정책을 많이 만들지만, 그 업무를 하는 건 교사다. 새로운 업무가 늘어난다고 기존 업무가 줄어들지 않는 게 교사들이 힘들어하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진 이유에 대해 C씨는 “일하는 만큼 인정받지 못하는데 관리자와 학부모의 요구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노력을 인정해주는 이야기를 들을 때 너무 뿌듯하고 ‘교사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