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창원시 성산구 신촌동에 위치한 한화디펜스 1사업장 내부. 김경진 기자
지난 2일 창원시 성산구 신촌동에 있는 한화디펜스 제1사업장. 축구장 10개 넓이(5만8500㎡)의 초대형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가로 4.5m, 세로 3.5m 크기의 대형 태극기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국토를 지키는 ‘국방’이면서, 경제적 가치를 키우는 ‘산업’으로서 방산(방위산업) 업체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자주포 한 대에 2800개 부품…용접만 45일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사진 한화디펜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15/ca623a2e-af35-489b-b16a-8e9d12159cff.jpg)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사진 한화디펜스]
국내 시장 포화되자 수출길 ‘개척’
안영수 항공전략연구원장은 “국내 방산업체는 군과 계약 생산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한편, 갑자기 계약이 끊기는 문제를 겪어 왔다”며 “이런 절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제는 수출 공신이 된 K9 자주포가 대표적인 사례다. 2020년 방위사업청과 납품 계약이 종료된 이후 K9은 수출만이 유일한 살길이 됐다. 이집트를 포함해 지금까지 8개국과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호주 ‘레드백’ 수주하면 10조원 쾌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사진 한국항공우주산업]](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15/5e1433c0-7710-42b7-98d4-2b6f6f22c3e7.jpg)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사진 한국항공우주산업]
K9 자주포와 함께 천궁Ⅱ(LIG넥스원·한화시스템·한화디펜스), FA-50을 포함한 고등훈련기 T-50(한국항공우주산업·KAI), 1400t급 잠수함이 방산 분야의 ‘수출 4스타’로 불린다.
이 가운데 천궁Ⅱ는 올 초 아랍에미리트(UAE)와 4조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단일 유도 무기 수출로는 최대 규모다. KAI는 T-50 계열 수출로 누적 3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KAI 측은 “수출국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올해 동남아·중남미·아프리카 등에 추가 수출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부터 1400t급 잠수함 6척(인도네시아 등)과 군수지원함 등 군함 6척(영국·노르웨이)을 수출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누적 수출액이 36억 달러(약 4조6200억원)에 달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방산업계 관계자는 “‘K방산의 핵심 경쟁력은 가성비(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라며 “K9 자주포는 자동화, 천궁Ⅱ는 현지 수요를 반영한 개발·생산의 현지화, T-50은 원자재 대량 구매, 잠수함·군함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원가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화디펜스 K9는 자동화 설비에 적극 투자하면서 해외 경쟁사 대비 성능은 비슷하면서 제조 원가를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미국·유럽으로 영토 넓히는 ‘K방산’
수출길이 열리면서 방산 생태계도 탄탄해지고 있다. 자주포 한 대(40억원)를 팔 때마다 1·2차 협력업체엔 26억여 원이 돌아간다. 예컨대 자주포에는 STX엔진이 생산한 엔진과 SNT중공업의 변속기가 일체형(파워팩)으로 들어가는데, 이 가격만 8억원에 이른다.
중견 제조업체인 지성큐앤택은 전체 매출의 3분의 1가량이 다연장 로켓포 천무와 천궁Ⅱ에서 발생한다. 이 회사 박희석 대표는 “국내 납품 계약이 끝난 후부터 개량 무기 양산 때까지 중소기업은 험로를 걸어야 한다”며 “이 기간 중 정부가 최소한의 수요를 이어가는 한편 수출 활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국내 최초 수출 잠수함인 인도네시아 1400톤(t)급 잠수함 항해 모습. [사진 대우조선해양]](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15/acf9526b-1d5e-4612-b414-3c0082daa903.jpg)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국내 최초 수출 잠수함인 인도네시아 1400톤(t)급 잠수함 항해 모습. [사진 대우조선해양]
방산업계도 정부에만 기대는 천수답 경영을 넘어 체질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위원은 “정부의 외교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방산기업도 본연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경영 혁신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