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특사론의 시발점은 지난 12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였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문에 권 장관이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에 확답은 못 한다. 검토할 만하다”고 답했다.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건 그 이후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16일 라디오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만나려는 것은)우정으로 만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김정은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둘 있는데, 트럼프와 문재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트럼프를 특사로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을 특사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냐고 묻자 “그것 아니고는 만날 일이 뭐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18/50a0c36d-bbee-487b-b4e2-3a433a6c5354.jpg)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정 전 장관은 이튿날 라디오 출연에서는 “특사는 (현임 대통령이)자기 부하를 시키는 것”이라며 정정하긴 했지만, 여전히 “(미국은 문 전 대통령에게)미국과 북한 사이,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조정자 내지는 교량 역할을(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문 전 대통령의 역할 띄우기는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에 부담만 더하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대통령이 사적 방문도 아닌,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공식 방문에서 전임 대통령을 만나는 것 자체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외교가에서도 갸우뚱하는 시선이 많다. 한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우의를 중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꼭 만나는 것으로 이를 표시할 필요는 없는 게 사실”이라며 “예의를 갖춘 편지 정도로도 충분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안보와 북핵 문제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통한 한‧미 동맹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히는 게 이번 방한의 핵심이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오히려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
통상 외교가에는 정상회담의 성과를 판가름하는 것은 두 정상이 함께 찍는 ‘사진 한장’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 자체로 보여주는 상징성이 강력하기 때문인데, 벌써부터 “이번에는 사진이 두 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축하 사절단을 이끌고 방한한 미국의 '세컨드 젠틀맨'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로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만나는 데 대해 “이 사실 하나만으로 문재인 재임 시에 대한민국의 위상이 어땠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며 “아쉽게도, 여기까지”라고 적었다.
정세현 전 장관도 17일 라디오 방송에서 “미국은 문재인 정부 때 한·미 관계가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정부가 인수위 때부터 한‧미동맹을 재건한다고 한 것은 바이든도 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만족하고 있는 게 (문 전 대통령 재임시)지금 한‧미관계”라면서다.
국내 정치나 여론을 염두에 둔 듯한 이런 주장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윤석열 정부와의 협력 강화 등 한‧미 동맹 중시 기조를 부각하려는 미국 측을 오히려 당황스럽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역대 가장 빠른 한·미 정상회담 성사, 윤 대통령 취임식에 ‘세컨드 젠틀맨’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파견 등으로 윤 정부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