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전북 완주군 고산면 청소년센터 '고래'에서 일본 전통 음식 '밤만주'를 만드는 요리 수업을 받던 여학생들이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리고 있다. 사진 완주군
다시 문 연 청소년 아지트 '고래'
학교 수업을 마친 남녀 중학생 20여 명이 삼삼오오 수다를 떨거나 홀로 책을 읽으며 쉬고 있었다. 탁구대에서는 남학생들이 라켓을 휘둘렀다.
별관에서는 일본 전통 음식 화과자인 '밤만주'를 만드는 요리 수업이 한창이었다. 여학생 10명이 저마다 진지한 표정으로 소금과 설탕의 양을 재고, 물엿과 계란·버터 비율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었다.
'고래'가 다시 청소년들로 북적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후 고산면을 비롯한 인근 6개 면 지역 초·중·고등학생이 모이기 시작했다.

전북 완주군 고산면 청소년센터 '고래'에서 남학생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 완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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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휴관과 개관을 반복하다 두 달 전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로 다시 문을 열었다. 완주군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난달 18일 이후 평일 40~50명의 청소년이 '고래'를 찾고 있다.
학습 및 진로 상담, 요리 체험 등 '고래'에서 하는 4~5개 프로그램 참여율도 높다고 한다. "학부모들도 '고래' 덕분에 자녀에 대한 고민을 덜어 반기는 분위기"라고 완주군은 전했다.

청소년센터 '고래'에서 중학생들이 탁구를 치거나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 완주군
"고래처럼 큰 꿈 펼치길 바라는 마음 담아"
'고래'는 완주군이 파견한 청소년지도사 2명과 청소년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고산의 미래'와 '오래된 미래'를 뜻하는 센터 이름도 이곳에 다니는 청소년들이 제안하고 투표로 결정했다. "넓은 바다를 누비는 거대한 포유류(고래)처럼 청소년들이 큰 꿈을 꾸며 세계로 나가자는 마음을 담고 있다"는 게 완주군 설명이다.

전북 완주군 고산면 청소년센터 '고래'에서 한 학생이 게시판을 보고 있다. 사진 완주군
센터 측 "학교 밖 학교, 마을 도서관 역할"
'고래' 측도 일상 회복에 맞춰 'e스포츠 대회' 개최 등 청소년들이 원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김동훈(34) 청소년지도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청소년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며 "지역 청소년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대안문화 공간이자 학교 밖 학교, 마을 도서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