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조우스탈을 지키다 항복한 우크라이나군 부상병이 1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는 도네츠크주의 올레니브카에서 무장한 친러 반군 병사 안내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 아조우스탈 우크라군 심문·재판 회부
앞서 우크라이나 작전 참모부는 16일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항전을 이어가던 우크라이나 방어군에게 "마리우폴 전투 임무 종료"를 선언하고 "목숨을 부지하라"고 명했다. 이에 따라 제철소 내 부상병 260여 명이 지하터널에서 나와 러시아 점령지로 분산 이송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들을 포로 교환 방식으로 구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 내부에선 이들의 송환을 막는 것은 물론, 심문과 사형 집행까지 거론된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는 이날 "의회 국방위원회는 나치 전범 교환을 금지하기 위한 결의안 초안을 상정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하원은 이 결의안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최고 수사기관인 수사위원회는 "심문을 통해 민족주의자들을 색출하고, 민간인들에 대한 범죄 여부를 판별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법무부는 우크라이나 방어군 가운데 '아조우연대'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을 요청했다. 오는 26일 이에 관한 법원 심리가 열릴 예정이다.
가디언은 일부 러시아 관리들의 발언을 인용해 "포로로 붙잡힌 아조우스탈 수비군은 재판을 받을 수 있으며 심지어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휴전협상에 러시아 측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던 레오니드 슬루츠키 의원은 '아조우연대'에 대해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이라며 "이들에게는 러시아의 사형 집행 유보 방침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탈나치화’ 선전 도구 활용 가능성도
BBC 방송은 "아조우연대는 극우 민족주의자가 만든 민병대가 그 뿌리"라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당위성을 선전하는 도구로 이들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포로 교환 노력…푸틴에겐 곤란한 결정

아조우스탈에서 사실상 러시아에 투항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17일 러시아군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 도네츠크주 올레니브카의 옛 죄수 유형지로 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NYT는 이들의 구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침공의 명분으로 ‘나치와의 전쟁’을 내세웠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석방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아조우스탈 병사들을 구출하지 못하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흠집이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마리우폴을 완전히 장악한 러시아는 점령지 합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라스 후스눌린 러시아 부총리는 17일 남부 헤르손 지역을 방문해 "헤르손은 러시아에서 합당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