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도 처음 본 '좌익수 땅볼 병살타'가 나왔다

18일 잠실 두산-SSG전. 두산 조수행이 11회 말 1사 만루에서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지만, 땅볼 병살타로 둔갑하고 공수교대가 선언되자 두산 1루 주자 안재석이 당황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잠실 두산-SSG전. 두산 조수행이 11회 말 1사 만루에서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지만, 땅볼 병살타로 둔갑하고 공수교대가 선언되자 두산 1루 주자 안재석이 당황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좀처럼 보기 드문 본헤드 플레이로 끝내기 승리를 놓쳤다. 지난 18일 잠실구장. 팽팽한 2-2 연장 승부가 이어지던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벌어진 일이다.  

두산은 1-2로 뒤진 8회 말 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11회 말에는 천금 같은 끝내기 승리 기회를 잡았다. 선두 타자 김재호의 중전 안타와 정수빈의 절묘한 번트 안타로 만든 무사 1·2루에서 허경민이 초구 희생 번트에 성공해 1사 2·3루 기회를 이어갔다. SSG 벤치는 두산 다음 타자 안재석을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내 병살타를 노린 만루 작전을 폈다. 

18일 잠실 두산-SSG전. 두산 조수행이 11회 말 1사 만루에서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지만, 땅볼 병살타로 둔갑하고 공수교대가 선언되자 두산 2루 주자 정수빈(왼쪽에서 2번째)이 당황하고 있다. [뉴스1]

18일 잠실 두산-SSG전. 두산 조수행이 11회 말 1사 만루에서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지만, 땅볼 병살타로 둔갑하고 공수교대가 선언되자 두산 2루 주자 정수빈(왼쪽에서 2번째)이 당황하고 있다. [뉴스1]

 
다음 타석에는 9회 말 2사 2·3루에서 삼진으로 돌아섰던 조수행이 들어섰다. 절치부심한 그는 이번엔 SSG 불펜 투수 장지훈의 2구째 체인지업을 받아쳐 외야 왼쪽으로 짧은 안타성 타구를 보냈다. SSG 좌익수 오태곤이 몸을 날렸지만, 공은 한 발 먼저 그라운드에 떨어진 뒤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다. 좌전 안타. 3루 주자 김재호는 타구가 바운드된 것을 확인한 뒤 천천히 홈을 밟았다. 그렇게 두산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는 듯했다.  

두산 선수들이 신나게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오려던 순간, 심판진이 돌연 경기 종료가 아닌 공수교대를 선언했다. 두산 2루 주자 정수빈과 1루 주자 안재석이 이 타구를 좌익수 플라이로 착각하고 다음 베이스로 진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루와 3루 사이에서 멈칫했던 정수빈이 2루로 천천히 돌아가자 우왕좌왕하던 안재석도 다시 1루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18일 잠실 두산-SSG전 11회 말 1사 만루에서 좌전 안타를 친 두산 조수행이 1루와 2루 주자의 판단 실수로 끝내기 안타 대신 땅볼 병살타가 선언되자 비디오 판독 화면을 보며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잠실 두산-SSG전 11회 말 1사 만루에서 좌전 안타를 친 두산 조수행이 1루와 2루 주자의 판단 실수로 끝내기 안타 대신 땅볼 병살타가 선언되자 비디오 판독 화면을 보며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황을 눈치 챈 SSG 내야진이 빠르게 움직였다. 오태곤의 송구를 받은 유격수 박성한이 2루 주자 정수빈을 태그아웃한 뒤 곧바로 2루를 밟아 1루 주자 안재석까지 포스아웃 처리했다. 조수행의 타구는 '좌전 안타'가 아닌 '좌익수 땅볼'로 기록됐고, 이 땅볼이 좌익수-유격수(7-6T-6B) 병살타로 연결됐다. 


두산은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박성한이 2루를 먼저 찍고 정수빈을 태그했을 경우, 1루 주자 안재석의 포스플레이 상황이 해제되면서 김재호의 득점도 인정되는 점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리플레이 화면에서도 박성한이 정수빈을 먼저 태그하고 2루를 밟는 과정이 분명히 확인됐다. 그렇게 조수행의 끝내기 타점과 김재호의 득점은 없던 일이 됐고, 경기는 12회 초로 넘어갔다.  

18일 잠실 두산-SSG전 11회 말 1사 만루에서 좌전 안타를 쳤지만, 1루와 2루 주자의 판단 실수로 끝내기 안타를 놓치게 된 두산 우익수 조수행이 이어진 12회 초 수비에서 SSG 크론의 타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뉴스1]

18일 잠실 두산-SSG전 11회 말 1사 만루에서 좌전 안타를 쳤지만, 1루와 2루 주자의 판단 실수로 끝내기 안타를 놓치게 된 두산 우익수 조수행이 이어진 12회 초 수비에서 SSG 크론의 타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뉴스1]

 
값진 끝내기 안타를 허무하게 날린 조수행은 크게 흔들렸다. 1사 1·3루에서 나온 SSG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의 플라이성 타구를 펜스 앞까지 따라갔다가 간발의 차로 놓쳤다. 이어 경기가 끝난 것으로 착각한 듯 후속 플레이 없이 고개를 숙이다 뒤늦게 상황을 깨닫고 다시 공을 잡으러 달려갔다. 그러나 그 사이 SSG 1루 주자까지 홈을 밟아 스코어는 2-4로 벌어졌고, 크론은 어부지리로 3루에 안착했다. 두산은 결국 1점을 더 주고 2-5로 졌다.  

놓친 줄 알았던 1승을 다시 얻게 된 김원형 SSG 감독은 경기 후 "나도 야구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또 "모든 사람이 '졌다'고 생각한 순간에 우리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좋은 플레이를 완성한 덕에 행운이 따랐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집중한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고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