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사론에 부담 느꼈나…“바이든·문재인 회동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20~22일)에 맞춰 추진되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별도 회동이 방한을 하루 앞둔 19일 최종 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 전 정상 라운지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 전 정상 라운지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페이스북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한국 재계 지도자들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문 전 대통령을 만난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가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면담 일정이 잡혀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날 오전 미국 측에서 전달받았다”며 “미국 정상이 처음으로 한국의 퇴임 대통령까지 만나는 것은 양국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좋은 전례가 될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양측이 추진했던 회동 배경이나 취지와는 전혀 다른 주장들이 나온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백악관에서 문 전 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커진 것으로 안다”는 말이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일부 구(舊)여권 인사들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만나 대북특사와 유사한 역할을 요청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전직 고위 인사는 “문 전 대통령과의 회동에 과도한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면서 만남 자체가 윤 대통령에게 실례될 수 있는 정치적 상황이 펼쳐졌다”며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민감한 시기라는 점 등을 미국 측이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일정 중 역대 미국 대통령이 통상 방문하는 비무장지대(DMZ) 일정도 없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DMZ를 방문하냐’는 질문에 마이크를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에게 넘겼고, 그는 “방문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왜 방문하지 않느냐’는 잇따른 질문에 특별한 설명 없이 “이번 여정에서는 가지 않는다”고만 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방문 기간을 전후해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에 나설 가능성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설리번 보좌관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해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할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미국은 모든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의 DMZ 방문은 북한을 자극할 소지가 있고, 방문 이후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으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역만 참여하는 단독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8일 대통령실은 소인수회담(핵심 참모만 배석)과 확대회담을 진행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드라마틱하게 두 정상이 서로를 마주하는 순간을 예상 시나리오에서 빼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 부인인 질 여사가 동행하지 않음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활동 범위 역시 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가 참석하는 공식 일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