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평점 8.6점…“한‧미동맹 확실히 진화…대중 외교는 과제”[한·미 정상회담 ]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1일 만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자평은 ‘성공’이었다. 국가안보실은 “양 정상이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비전에 합의했고, 한·미 동맹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확립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떨까. 중앙일보는 21~22일 이틀간 미국·북한·일본·중국 및 국방 분야의 전문가 15명에게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총평을 요청했다. 전문가 15명이 매긴 정상회담 평가 점수는 평균 8.6점(10점 만점)으로, 합격점을 훌쩍 넘어섰다. 8점 미만으로 평가한 전문가는 없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성공한 회담’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 셈이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미국과의 밀착을 공식화한 데 따르는 후폭풍을 우려하는 의견도 많았다. 미·중 경쟁의 최전선인 공급망 분야 등에서 한국이 미국과의 협력을 더 강화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은 중국의 견제와 반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확장 억제 의지를 재확인한 것은 분명한 성과지만,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오갔을 뿐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동시에 압박과 억지 위주의 대북 메시지는 당분간 ‘강 대 강’ 국면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다음은 전문가 15인의 총평이다. 순서는 가나다순.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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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무대 데뷔가 미국과의 공조 속에 이뤄졌다는 측면에서 성공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의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 해결 방향을 ‘비핵화’ 추진으로 되돌렸고, 미국은 중국 견제에서 한국을 인도ㆍ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편입시키는 한편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국 첨단기술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 등 성과를 거뒀다. 다만 북핵 위협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제도적인 규범을 도출하지 못했고, 미국의 대중 압박 전략이나 남중국해, 대만해협 문제 등에 적극 동조하는 인상을 중국에 줘 향후 대중 정책 전개에 새로운 전략이 요구된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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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자산 전개, 연합훈련 확대를 통해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였다. 대북 관여보다 압박과 억제를 통해 북한의 행태를 바꾸는 쪽에 더 무게를 뒀다. 확장억제 강화 관련 북한의 반응, 경제 안보 협력 확대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관건이다. 또 양 정상은 한국의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을 언급하며 한ㆍ미 동맹의 범위를 글로벌 공공재를 만드는 데 적극 기여하는 수준까지 넓혔는데, 이런 공약들은 결국 북핵 위협이 관리 가능한 수준일 때 실현될 수 있다. 한ㆍ미 동맹의 영향력이 역내에 머물지, 글로벌 수준이 될지는 상당 부분 북핵 대응 역량에 달렸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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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뒤 빠른 시일 안에 열렸지만, 방향성을 잘 잡은 회담이었다. 공동성명에서 경제 안보 분야를 강조하고 IPEF 참여를 명시한 건 한국 기업의 이익 확보 및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좋은 기회다. 추후 북한의 도발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이 새로운 차원의 확장 억지력을 제공하기 위한 논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확장 억지를 실제로 어떻게 효과적으로 발휘할지, 대중국 스탠스를 어떻게 설정할지는 남은 과제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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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상회담은 역사적으로 한ㆍ미 관계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 같다. 그간 대북 안보 군사동맹 위주에서, 포괄적인 전략동맹 특히 경제동맹의 시작을 알리는 전환기적인 이정표이다. 과거 수직적이고, 보호-피보호자의 관계였다면 이제는 보다 수평적 협력관계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양국 실무자들이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향후 북한 문제와 대중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대한 도전으로 남는다. 핵심은 디테일에 있고, 현 외교안보 라인이 얼마나 탄력성(resilience)을 보일 지가 윤 정부 외교·안보·경제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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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양측 지도자가 확실하게 정서적 유대감(rapport)을 형성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수준의 정상회담이었다. 동맹은 최소한 바라보는 방향이 동일해야 하는데 5년 만에 완전히 복원했다. 국내 지지율이 40% 이하로 하락한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한국에서 최대한의 경제적 성과를 미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했는데, 윤 대통령이 확실하게 화답했다. 한국은 IPEF 가입과 함께 역설적으로 한·중 관계를 주도면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명이 있으면 암이 있다. 한·중관계에서 경제와 안보 관련 성장통을 세심하게 극복하지 않으면 이번 성과가 장기적으로 희석될 수도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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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전략동맹'의 의미를 구체화했고, 동맹 격상을 위한 양국 정상의 의지와 계획을 확인했다. 또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다소 추상적인 목표를 정책 영역별로 상세하게 제시했다. 경제 안보, 기술 안보, 지구촌 문제 대응 등을 통한 협력 업그레이드를 약속했고, 북한문제에 대한 확실한 안보 의지를 통해 국민적 불안을 해소했다. 다만 확장억지력 관련 구체적인 합의 대신 방항성 합의 차원에 그쳤고, 한·중 관계에서 난처해질 수 있는 IPEF 참여, 인·태 지역 협력 강화 등이 직설적·전면적으로 제시된 점은 향후 외교적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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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확고한 지지층이 없는데, 미국을 출발하던 날 발표된 최저 지지율(39%)이 첫 방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삼성과 현대차의 대미 투자 등 국내정치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경제적 성과를 부단히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첫 만남을 통해 양국 지도자 간 개인적 유대감도 구축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확장 억제력에 방점이 찍힌 이번 회담으로 인해 북한 비핵화라는 난제 해결 노력이 계속 미뤄져서는 곤란하다. 다음 정상회담에서는 미국 기업의 한국 투자로 인한 청년 일자리 소식을 우리 대통령이 발표할 수 있길 기대한다.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차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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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간 신뢰를 쌓고 윤석열 정부 대외 정책의 기축인 한ㆍ미 동맹을 실질적으로 확대ㆍ심화했다. 불확실하고 유동적인 복합 대전환 시대에 한ㆍ미 동맹을 우리 외교ㆍ안보ㆍ경제 이익을 위한 핵심 전략자산으로 굳히는 성과다.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책임도 증가하므로 향후 이행이 중요하다. 한ㆍ미ㆍ일 협력은 공동성명에서 두 차례 언급됐지만, 안보적 측면은 제한적이었다. 한ㆍ미 동맹 강화를 전면에 내세운 데 더해 한ㆍ미ㆍ일 협력까지 강조하기엔 중국의 반응 등을 고려할 때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ㆍ일 관계 개선의 중재역에 대해 공개적으로는 선을 그어왔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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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상회담은 북핵이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한·미동맹의 관성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고,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사이드 미러에 비친 동맹'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술동맹’은 반도체 공정의 글로벌 가치사슬을 미국 내로 가져 오겠다는 전략임을 드러냈으며, 이는 미국이 궁극적으로 반도체 분야에서는 글로벌 가치망을 중국으로부터 분리하려는 탈동조화 전략과 연관이 있다. 그럼에도 중국 경제에 상당히 편입된 한국 경제가 바이든 대통령의 규범에 기반하는 ‘가치동맹’만으로 미국과 빈틈없는 보조를 맞출 수 있느냐는 윤석열 정부의 딜레마가 될 것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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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 방한으로 일본보다 앞서 정상회담이 이뤄졌다는 건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정책에서 한국의 위상과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걸 방증한다. 대미동맹 기축 외교,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 구상에 바이든 대통령이 전폭적 지지로 화답해 향후 한ㆍ일 관계 개선을 포함한 윤 정부의 외교ㆍ안보 정책에 추동력이 실릴 수 있게 됐다. 한ㆍ미 동맹의 외연이라고 할 수 있는 한ㆍ미ㆍ일 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된 점, 한국이 IPEF의 주도적인 참여 국가로 나서게 된 점도 주목된다. 다만 중국의 견제와 반발을 어떻게 상쇄(hedging)해 나갈지는 향후 과제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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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계를 경제 안보를 포함한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시키면서 전략적 명확성을 강조한 회담이었다.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 기반 외교를 분명히 하는 등 균형적 실용외교보다 정체성의 외교에 초점을 뒀다. 다만 향후 미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대중 디커플링 연대 등 동맹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북한 비핵화’ 용어를 고수하는 등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전략적 인내’ 속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동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된 측면이 있다. 중국의 묵시적, 명시적 반발 가능성과 한·중 공급망 협력 요구 등 예상되는 접근 방식에 대한 대비는 다소 원론적이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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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관계의 호혜성과 전략적 보완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에 미국은 대체 불가능하고 필수 불가결한 외교안보적, 경제과학기술적 자산이고, 한국도 미국에게 관련 분야에서 필수불가결한 자산이 됐음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한·미 합의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와 북한 비핵화 실현, 한·중 관계의 안정과 확대 발전을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를 제시했는데, 기후변화 위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위기와 러시아의 원전 시장 퇴출 등으로 ‘기회의 창’이 열렸다. 원전 수출 태스크포스를 조기 출범시키고, 한·미 간 원자력협의체를 가동해야 한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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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전략 동맹 구축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첫 걸음이다. 광범위하게 안보·경제·글로벌 의제를 거론하는 포괄적 공동성명이다. IPEF 참여와 한ㆍ미 외교ㆍ국방(2+2)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등 지난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공동 성명에서 거론되지 않았던 사안과 의제가 들어간 점을 높이 평가한다.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점을 강조해 균형도 잘 맞췄다. 한ㆍ미 동맹에 새로운 활기가 느껴지는 공동 성명으로, 향후 윤 정부 임기 동안 한ㆍ미 협력이 한 단계 진화할 거란 기대감을 높인다.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미래전략연구위원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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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차원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은 '한·미 양국의 연합능력 복원 합의'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정부에서 여러 이유로 중지·연기됐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연합연습 등의 재개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연합연습 범위 및 규모 확장 논의 시작'이라는 양국의 합의는 향후 한·미·일 3국 훈련 등으로 확장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한·미동맹은 국방 부문의 공급망, 공동개발 및 제조 파트너십 강화, 우주 협력 등을 바탕으로 기술중심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안보동맹이 될 것이다. 향후 긴밀한 세부 협의와 구체적 방안 제시가 요구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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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들의 결속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포괄동맹의 역할과 지향점에 대한 양측의 공통 인식이 확인됐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정책에 대한 전폭적 지지 의사가 공동성명에 표명된 것은 당분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 미국이 한국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비핵화와 관련, 북한의 책무를 강조하는 한편 북한 핵위협에 대한 공동대응을 강조한 역시 이번 회담의 큰 성과다.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와 관련하여 과거에 비해 더 진전된 표현이 나오지 않은 것은 미국이 그만큼 한·중관계에서 한국이 고민하는 바를 배려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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