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차 경청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9일 오후 경북 칠곡군의 한 거리를 찾아 차량에서 하차하며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민주공화국 삼권 분립 체제 최후의 보루가 사법부”라며 “저는 대부분의 사법부 구성원을 믿고, 우리 사법체계를 믿는다. 그러나 최후의 보루의 총구가 우리를 향해 난사하거나 자폭한다면 고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일자가 26일로 결정되자 “금방 열릴 줄 알았는데 상당히 뒤로 미뤄졌다. 아마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 중 일부”라면서 한 말이다. 이 후보 요청으로 파기환송심 공판 기일은 미뤄졌지만, 지난 1일 유죄취지로 파기환송된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과 관련해 법원 내에는 대법원의 속전속결이 부당하다는 시각과 오히려 그 이후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이 사법권 침해라는 주장이 팽팽한 상태다. 대선 8일 전(26일)에 열리는 법관대표회의 결과는 대선 투표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어도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다음 정부의 사법 정책 수립에는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 후보는 이날 과거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경험들을 언급하며 “그래서 정치인 이재명, 인간 이재명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 “법원은 3심제이고 집단 지성이 발휘되는 영역이니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권에 의해 기소 당한 11건 중 하나인 위증교사 사건도 사실 죄가 안되는 사건”이라며 “사법부가 국민의 믿음과 신뢰와 기대를 깨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3차 경청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9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전통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이 후보는 보수세가 강한 경북 지역에서 3차 경청투어를 시작했다. 베이지색 니트에 흰 운동화를 신고 경주·영천·김천·칠곡·성주·고령을 돌며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 말고, 진짜 중요한 건 충직함과 유능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들에게는 “고향에 오니 마음이 푸근해지는 느낌이 든다. 표도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건 모르겠다”며 “이번 대선은 네편, 내편, 색깔을 따지기 전에 나라를 위한 충직한 일꾼이 누구인지 잘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선 레이스에서 상대적으로 앞서있는 만큼 외연 확장과 험지 공략에 좀 더 공을 들리겠다는 게 이 후보의 전략이다. 이 후보는 지난 3월 경북 지역 산불 피해 때 현장에 나흘 연속 머물렀고, 이날도 지난 4일 이후 불과 닷새만에 또 경북을 찾았다.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후보 단일화로 점입가경의 내홍을 겪는 중”이라며 “우리로서는 상심한 보수 민심에 호소하기 좋은 기회 ”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즉석에서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참배하는 안보 일정을 추가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백선엽 장군 동상이 있는 이곳에서 국군 용사 충혼비를 찾아 호국 영령을 기렸다. 또 가는 곳마다 지역 현안에 집중했다. 경주에서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준비가 조금 부실하다는 소문이 있던데, 국회 차원에서도 잘 챙기라고 제가 얘기해뒀다”고 강조했다. 성주 주민들 앞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는 잘 있나. 여러분이 고생이 정말 많으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9일 오전 경북 영천시완산동 영천공설시장에서 연설을 하기 전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뉴스1
20대 대선 당시 이 후보의 경북 득표율은 23.7%였다. 이날 현장에는 주로 민주당 지지층이 몰려들었다. 경주 태생이라는 이태희(52)씨는 “원래 여기서는 촛불집회에 나가면 욕 먹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를 꺼내면 손가락질을 받곤 했다”며 “민주당 후보가 늘 어렵지만, 오늘 분위기는 예전보다 분명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10일에도 경남 지역을 돌며 영남 공략을 이어간다. 진주에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의 스승인 김장하 선생과 차담이 예정돼 있다.
한편 민주당 선대위는 이날 이재명 대선 후보의 벽보 현수막 로고송 영상물 등 주요 홍보물을 공개했다.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지금은 이재명’ 슬로건이 적힌 홍보 이미지에 푸른색 사각형과 적색 삼각형을 배치했다. 김영호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태극 문양을 모티브로 민주당의 고유색인 청색과 보수의 적색을 함께 사용해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며 “대한민국 상승의 의미로 빨간색의 삼각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로고송은 ‘우리의 꿈’, ‘부산갈매기’, ‘남행열차’ 등을 개사했다. 작곡가 윤일상 등이 만든 창작곡도 있다. 한웅현 홍보 부본부장은 광고 영상에 대해 “이 후보가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과 국민이 주인공인 광고를 만들어 달라’고 해 (출연) 비중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영호 제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홍보본부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대선 홍보캠페인 기조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