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소더비 경매 전시장 전경. 매클로 컬렉션에서 나온 앤디 워홀 작품이 보인다. [사진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22/5743f6a2-9e06-4667-965d-6cf65b6cca66.jpg)
2022 소더비 경매 전시장 전경. 매클로 컬렉션에서 나온 앤디 워홀 작품이 보인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흑인여성 작가 시몬 리의 '버멍엄. [사진 Sotheby]](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22/c2b4f322-4cd1-4aab-bfb7-0910bfecb349.jpg)
미국 흑인여성 작가 시몬 리의 '버멍엄. [사진 Sotheby]
낯선 이름의 젊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최근 미술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40대 미만인 이들 작가의 작품이 예상가를 10배가량 뛰어넘어 20억~30억원 대에 판매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미술시장이 후끈 달아오른 건 지금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2억8340만 달러(수수료 포함), 한화 약 360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마무리된 이번 소더비 경매도 뜨거운 열기를 입증했다. 이전과 달리 여성과 흑인, 그리고 젊은 작가들 작품이 눈에 띄게 강세를 보인 것도 큰 특징이다.
이번 경매에선 2000년 이후 만들어진 작품만 다룬 '더 나우(The Now)' 부문이 특히 화제였다. 과거엔 '현대미술' 부문에서 20~21세기 작품을 함께 다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21세기 작품을 따로 모아 경매에 부치기 시작한 것. 신진 작가들 작품을 찾는 컬렉터들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경매사의 전략이다.
40세 미만 작가 '강세'
![예상가 10배에 달하는 20억원에 판매된 27세 화가 안나 웨얀트의 그림 '추락하는 여자'[사진 Sotheby]비]](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22/07c5852b-7bf0-4209-991d-97a69e2476d7.jpg)
예상가 10배에 달하는 20억원에 판매된 27세 화가 안나 웨얀트의 그림 '추락하는 여자'[사진 Sotheby]비]
![57억 6000만원에 팔린 1985년생 크리스티나 콸레스의 그림.[사진 소더비]](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22/e36992bb-83b5-4ac1-b986-4ec32d70e38b.jpg)
57억 6000만원에 팔린 1985년생 크리스티나 콸레스의 그림.[사진 소더비]
1990년생 작가 루시 불의 추상화 '특별 손님( Special Guest)'(2019)도 당초 1억원(8만달러)에 팔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 11배인 11억 5500만원(90만 7200달러)에 판매됐다. 또 1984년생 제니퍼 패커의 그림은 30억원(235만 달러), 1985년생 크리스티나 콸레스의 그림은 57억 6000만원(453만 달러), 1987년생인 에이버리 싱어의 그림은 66억 8000만원(525만 달러)에 팔렸다.
뉴욕타임스는 프랑스에 기반을 둔 경매 분석 업체인 아트프라이스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40세 이하 작가들의 전 세계 그림 경매 판매액은 2020년 대비 177% 증가했다"고 전했다. 40세 미만 작가의 부상이 올해 갑자기 나타난 현상은 아니란 의미다.
흑인 작가들 작품도 상승세
![흑인 화가 케리 제임스 마셜(66)의 그림으로 1350만 달러(171억 8500만원)에 판매됐다[사진 소더비]](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22/c10bde60-be8e-4611-8d43-eeda5ef5c3f6.jpg)
흑인 화가 케리 제임스 마셜(66)의 그림으로 1350만 달러(171억 8500만원)에 판매됐다[사진 소더비]
미술전문 매체 아트뉴스(Artnews)는 20일 "그동안 미술 경매에서 가장 큰 매출을 올린 것은 대부분 남성 작가들 작품이었다"며 " '더 나우' 판매에 나온 작품 중 65%가 여성 작가들 작품이다. 이번에 미술 경매에서 드물게 성평등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가 보여준 '여성 작가 강세'가 실제 시장에서도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흑인 작가 작품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더 나우'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것은 흑인 화가 케리 제임스 마셜(66)의 그림으로 171억 8500만원(1350만 달러)에 판매됐다. 마셜은 흑인의 일상과 역사를 담은 그림을 통해 '흑인 정체성'을 모색해 온 화가다. 마셜의 다른 작품은 2018년에도 230억원에 판매되며 당시 생존하는 흑인 작가의 최고가 작품으로 기록됐다. 마셜은 "미국 회화 역사에 흑인 작가가 거의 없고, 특히 흑인을 그린 작품은 더욱 드물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술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번 소더비 경매에선 또 다른 기록도 나왔다. 이혼한 미국의 부동산 재벌 매클로 부부가 50년간 모아온 현대미술품이 경매로 나와 총 판매액 9억2200만 달러(1조1700억원)를 기록했다. 개인 소장 컬렉션의 낙찰 금액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부부의 작품은 지난해 11월 1차 경매에서 8000여 억원어치 팔린데 이어 이번 2차 경매에 30점이 총 3000여 억원에 팔렸다.
거품인가, 대세인가
![2022 소더바 뉴욕 전시장 전경. 오른쪽에 보이는 뱅크시 작품은 출품됐다가 철회됐다. [사진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22/35fe13ea-b947-4029-a102-571d8330a9e5.jpg)
2022 소더바 뉴욕 전시장 전경. 오른쪽에 보이는 뱅크시 작품은 출품됐다가 철회됐다. [사진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주가 하락, 인플레이션 영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술시장은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미술품 딜러 데이비드 벤리몬의 말을 인용해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가 폭락할 때, 사람들은 예술에 투자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국내 시장의 호황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에 따르면 두 회사의 1분기 매출액은 모두 325억2천만 원으로 지난해 1분기(228억1천만 원)보다 42.5% 증가했다. 국내의 한 갤러리 관계자는 "현재 국내 미술계에도 '단색화 이후'를 이끌고 갈 중견 작가들과 젊은 작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데 아직 바깥으로 향하는 문은 다 열리지 않았다"며 "지금이야말로 넓은 세계 시장을 겨냥해 이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