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바이러스 관련 도서들을 모아둔 ‘바이러스의 고백, Go-Back’ 도서전 코너에서 포즈를 취한 소중 학생기자단.
“코로나19는 우리 모두가 겪은 충격적인 사건이죠. 그 시간이 겨울 한 철 독감처럼 지나가는 게 아니라 앞으로 바이러스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바이러스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찾은 국립과천과학관 기획전 ‘바이러스의 고백, Go-Back’을 기획한 김선자 연구사의 말입니다. 그는 “전시 제목의 고백, Go-Back은 바이러스가 고백한다는 뜻도 되고, 오래전부터 알아온 바이러스와 인간과의 관계를 뜻하기도 하며, 낯선 바이러스가 나타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담은 것”이라고 덧붙였죠. 이에 대한 내용을 바이러스와 인간의 공존과 조화, 낯선 만남과 갈등, 혼란과 타협, 균형과 연결을 다루는 4개 공간으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바이러스의 개념부터 인류와의 관계까지 알아보려 최광재(경기도 행정초 4)·김해민(충북 청천중 1)·나예현(서울 행현초 5·앞에서부터) 학생기자가 국립과천과학관 기획전 ‘바이러스의 고백, Go-Back’을 찾았다.
바이러스, 넌 누구냐
생물의 기본 단위는 세포죠. 세균조차도 독립된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바이러스는 그보다 더 단순하고 원시적인 구조입니다. 세포는 스스로 섭취한 영양물질을 몸 안에서 분해·합성해 에너지를 생성하고 찌꺼기를 배출하는 물질대사를 하고 번식도 가능하지만 바이러스는 그렇지 않죠.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다른 세포 안으로 들어가 숙주로 삼고 기생할 때만 생명 활동이 가능해요. 숙주세포 안에 자신의 유전물질을 넣고 복제시켜 자신과 같은 바이러스를 만들어내죠. 이 과정에서 숙주세포에 해를 입히거나 이익을 주거나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기도 합니다. 김 연구사는 “바이러스 자체만 놓고 보면 생명력은 없다”며 “생물·무생물의 중간적 존재로 비세포성 반생물”이라고 설명했어요.

나예현·최광재·김해민(왼쪽부터) 학생기자가 각자 박테리오파지와 코로나바이러스 모형을 들고 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바이러스가 질병을 일으키는 무언가만이 아닌 자연계의 일원으로서 인간과 공존해 온 사실을 알고 있나요?” 김 연구사의 질문에 김해민·나예현·최광재 학생기자가 고개를 저었어요. 그는 “인간은 물론이고 모든 지구 생명체가 현재의 모습인 것은 바이러스의 영향”이라며 “인간 유전체 중 45%는 바이러스의 유전체와 비슷한 구조와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죠. 이는 바이러스가 인류와 함께 진화해 온 증거”라고 덧붙였어요. 인체 바이러스의 흔적에 관한 설명과 함께 영상을 볼 수 있었죠.

첫 번째 존 ‘공존과 조화’에서 숲을 형상화한 자연계 바이러스 전시물을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중 인간이 밝혀낸 것은 고작 1% 남짓입니다. 김 연구사는 “바이러스를 인식할 수 있는 외계인이 지구를 본다면 바이러스 행성이라고 할 만큼 바이러스가 많다”며 “우리가 숨 쉴 때마다 바이러스를 마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어요. 5만여 종의 척추동물에는 100만 종이 넘는 바이러스가 있는데, 그중 포유류에는 32만여 종의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그는 숲속 나무 형상 전시물에 있는 박쥐 영상을 가리켰어요. “박쥐는 1000여 종 가까이 되는데, 포유류 종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예요. 그만큼 많은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죠. 어찌 보면 바이러스 저장고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 말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조용히 코로나19를 속삭였죠.
바이러스의 습격

김선자(맨 왼쪽) 연구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박쥐를 사례로 종간 장벽을 넘은 바이러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감염시키는 숙주에 따라 바이러스는 세균바이러스·식물바이러스·동물바이러스·사람바이러스 그리고 사람동물공통바이러스로 나뉩니다. 사람동물공통바이러스는 동물바이러스가 생물종의 장벽을 넘어 인간에게 옮겨온 것으로 인수공통감염병을 일으켜요. 최근 코로나19를 비롯해 신종플루·메르스·사스 등의 감염병이 그 예죠. “근데 왜 바이러스를 옮기는 박쥐는 병에 안 걸리나요?” 소중 학생기자단의 질문에 김 연구사는 “박쥐는 인간만큼 바이러스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면역기능도 약해 오히려 바이러스와 공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어요.

바이러스 관련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한 나예현·최광재·김해민(왼쪽부터) 학생기자.
21세기 인류의 적으로 떠오른 바이러스로는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가 있습니다. RNA를 둘러싼 외피에 빼곡한 곤봉 모양의 돌기가 마치 왕관(라틴어로 Corona)을 닮았다고 해서 코로나로 명명됐죠.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과는 사람과 낙타·소·고양이·박쥐 등 다양한 동물에 흔하게 서식하는 큰 바이러스 그룹이에요. 동물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돼 사람 사이에도 전파될 수 있죠.
사람에게 전파 가능한 사람 코로나바이러스는 기존 6종이 알려져 있었어요. 그중 4종은 계절유행성 감기와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고, 나머지 2종은 중증폐렴 등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MERS-CoV’와 ‘SARS-CoV’죠. 각각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2012년 유행)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2002년 유행)의 주범입니다. 메르스·사스를 일으킨 두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기원했죠.

바이러스를 미디어아트로 옮긴 ‘신비한 바이러스 세계’를 감상 중인 소중 학생기자단.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는 주로 환자와 직접 접촉, 호흡기를 통해 배출되는 비말에 의해 사람 간 전염돼요. 즉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말하거나, 기침이나 재채기, 말이나 노래 등을 할 때 생성된 비말이 근처에 있는 사람들의 호흡기에 직접 닿거나, 비말이 묻은 무언가를 만진 뒤 눈·코·입을 만질 때 전염될 수 있죠. 공기 감염은 흔하지 않으나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호흡기 비말을 만드는 환경 등의 상황에서 보통 비말이 도달하는 거리(2m) 이상까지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어요. VR전시물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과 증식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죠.

검색 키오스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검색 키오스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김 연구사는 두 과학자를 소개했어요. 1964년 새로운 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해 코로나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하고 이름 지은 준 알메이다 박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전사체(세포 안에서 생산된 RNA)를 세계 최초로 분석해 유전자 지도를 완성한 김빛내리 교수죠. RNA 분야 연구를 개척 중인 김 교수의 분석은 정확한 진단키트와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 기여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라고 하죠. 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의 종류에 따라 RNA(리보핵산) 바이러스와 DNA(데옥시리보핵산) 바이러스로 나뉘어요. “차이점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RNA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보다 분자구조가 불안정하고요. DNA 바이러스와 달리 돌연변이를 수정하는 기능이 거의 없어 변이가 훨씬, 1000배 이상 잘되죠. DNA 바이러스는 유전자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잘못돼 유전자 서열이 변하는 돌연변이가 나와도 복구할 수 있는 기능이 있거든요.” 김 연구사의 설명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질문했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왜 계속 변이하나요?”
“앞서 말했듯 RNA 바이러스는 돌연변이 자체가 쉽게 일어나요. 변이율이 높다고 하죠. 게다가 인간들의 대응 자체도 변이의 원인이 됩니다. 바이러스도 계속 살아남아 번식하기 위해 마스크 등 방역정책에 의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하거든요. 그러한 진화 단계에서 또 새로운 변이가 일어나는 겁니다. 그러면서 초기 코로나19보다 지금 코로나19가 전파력은 훨씬 높아지고 치명률(그 병으로 죽는 환자의 비율)은 낮아졌죠. 자기들의 수를 많이 늘리기 위해 전파력은 세지고, 옮겨갈 숙주인 사람들이 죽어버리면 바이러스도 생명 활동을 할 수 없기에 치명률은 낮아지는 쪽으로 변이하는 거예요.”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인간의 자세

김선자(왼쪽에서 셋째) 연구사와 함께 전통적인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의 개발이 어떻게 다른지 타임라인 그래픽을 살펴봤다.
“mRNA백신이라는 말 들어봤나요.” 김 연구사의 말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고개를 끄덕였죠. “백신은 기본적으로 바이러스를 약화시켜 몸에 집어넣고 항체를 만들어 면역을 갖게 하는데요. mRNA백신은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유전정보 설계도인 mRNA를 몸에 넣어 항체를 형성하게 하죠.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mRNA를 합성해서 지질나노입자에 담아 우리 몸에 넣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접종한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이 지질나노입자를 유지하기 위해 극저온에서 유통·보관해야 하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코로나19 백신이 mRNA가 아닌 전형적인 백신 개발 과정을 거쳤다면 2034년은 되어야 나왔을 것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어요. 김 연구사는 “인체에 이상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mRNA를 합성하는 인공 RNA 개발은 2005년에, 지질나노입자 기술은 2010년에 개발된 혁신 기술”이라고 덧붙였죠. 세 사람은 mRNA백신과 다른 백신의 개발 기간을 비교하는 그래프를 보며 “코로나19는 1년인데 독감은 27년이나 된다”며 감탄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바이러스의 고백, Go-Back’ 전시를 기획한 김선자(왼쪽) 연구사를 인터뷰하고 있다.
“팬데믹이 찾아오는 게 패턴이 있을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앞으로 찾아올 바이러스의 습격을 예측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죠. 김 연구사는 “방역정책은 사실 수학적 예측을 토대로 이루어진다”며 감염병 예측 수리모델링을 소개했어요. “보통 이 팬데믹은 언제 끝날까? 거리두기 방역정책은 어떤 강도로 언제까지 해야 할까? 궁금하잖아요. 수학은 시간에 따른 감염자의 변화를 수치화해 예측을 내놓죠.”
현재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기초감염재생산수(R0·첫 확진자 한 사람이 2차로 몇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지 나타낸 것) 값을 2.2~3.3이라고 추정합니다. 이는 확진자 한 사람이 평균 2.2~3.3명을 감염시킨다는 뜻이죠. R0값이 1 이상이면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2020년 중국 광동성감염병관리본부는 당시 코로나19의 R0값을 9로 예측하기도 했죠.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쓰기, 치료제 개발 등 코로나19 감염률을 낮추려는 활동의 필요성을 수학은 수치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특수 손전등 장치로 비추면 일상 속 공간에서 바이러스가 어떻게 퍼지는지 나타난다.
이어 코로나19가 보내는 메시지를 살펴봤습니다. 세계지도 조형물 위에 그동안 겪었던 세상의 변화가 비디오아트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죠. 특히 황당한 가짜 뉴스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어요. “코로나19로 인간들의 활동이 멈추면서 잠깐이지만 환경이 회복됐어요. 전 세계 일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하고, 대기오염이 줄었죠. 하지만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격하게 늘며 쓰레기로 인한 서식지 파괴 등 자연의 고통은 다시 커졌습니다.” 김 연구사의 설명에 일회용품에 몸이 감기는 등 고통받는 동물들 사진을 보던 소중 학생기자단의 표정이 어두워졌죠.

코로나19는 관련 가짜 뉴스가 바이러스만큼 전 세계에 퍼지며 인포데믹(인포메이션과 팬데믹의 합성어)란 말까지 만들어냈다.
머지않은 미래 나타날 수 있는 미지의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 X를 다루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은 ‘질병 X 프로젝트’ 방탈출 게임에 참여했습니다. 초4~성인 대상으로 4학년인 광재 학생기자도 참여할 수 있었죠. 별도 공간으로 이동한 참여자는 두 팀으로 나뉘어 질병 X 백신 프로젝트에 투입됩니다. 각각 두 곳의 연구실에 들어가 단서를 찾고 서로 협력해서 탈출하면 되는데요. 이때 전시에서 봤던 바이러스와 백신 관련 정보들이 도움됩니다. 소중 팀은 열심히 찾아낸 정보를 공유하며 협업, 그동안 참여자 중 최단 기록으로 방탈출에 성공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미지의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 X 프로젝트’ 방탈출 게임에 참여했다.
원헬스 체험을 끝으로 전시장을 나가는 길에는 코로나가 던지는 질문과 고백이 이어집니다. “바이러스는 친구인가? 적인가?”“바이러스는 우리가 정복해야 할 대상일까?”“문명과 자연 생태계 사이 거리두기는 가능할까?”“방역과 경제의 균형점은 어디일까?” “인류의 건강은 잘 발달된 과학기술과 문명으로 오는 것일까? 잘 지켜낸 자연환경과의 관계로부터 오는 것일까?” 하나하나가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키는데요. 어떤가요. 바이러스를 그저 부정적인 것으로만 보지 않고 공존하는 삶, 우리와 지구의 미래가 그려지나요.
장소: 경기도 과천시 상하벌로 110 국립과천과학관 기획전시실
관람: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0분(낮 12시~오후 1시 전시 점검)
해설: 일 5회 30분간(오전 10시 30분, 11시 30분, 오후 1시 30분, 2시 30분, 3시 30분), 현장 선착순 예약 10명(초3~성인)
-김해민(충북 청천중 1) 학생기자
첫 취재가 바이러스에 대해 알아보는 거라서 매우 들떴어요. 바이러스의 고백 전시를 기획하신 김선자 연구사님께서 친절히 설명해 주셔서 이해가 잘됐죠. 특히 RNA 바이러스와 DNA 바이러스의 차이점이 기억에 남아요. RNA 바이러스는 분자구조가 불안정하고 돌연변이 수정 기능이 없어 변이가 잘되죠. 또 바이러스가 왜 인간에게 왔는지 설명하는 전시물이 있어요. 예를 들면 산업화로 인해 원래 바이러스의 숙주였던 박쥐가 사는 공간을 인간들이 침해해서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옮아가 결국 병에 걸리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보고 배우며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게 됐어요.
-나예현(서울 행현초 5) 학생기자
과학의 날 행사 때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야외 행사에 참여하느라 자세히 보지 못해 아쉬웠던 '바이러스의 고백' 전시를 첫 취재로 갔습니다. 전시를 기획하신 김선자 연구사님을 인터뷰하며 궁금한 것도 질문할 기회가 생겨 더욱더 기대했죠. 연구사님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고 4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전시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투하는 방법, 바이러스의 구조, 바이러스와 세균의 차이 등 바이러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죠. 미지의 바이러스를 다루는 방탈출 게임도 했는데 무서울 것 같아서 긴장이 됐지만 문제를 풀면서 조금씩 긴장도 풀리며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어요. 소중 친구들도 꼭 전시를 꼼꼼히 관람하고 방탈출 체험까지 해보기를 추천합니다.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최광재(경기도 행정초 4)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