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0.25%p 올렸다…'물가 쇼크'에 사상 첫 두달 연속 인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에 이어 한 달 만에 추가 인상에 나선 것이다. 커지는 물가 상승 압력에 긴축에 속도를 높이는 미국과의 금리 역전 우려 속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0.25%포인트 인상(1.25→1.5%)에 이어 한 달만의 추가 인상이다. 한은이 2008년 3월 통화정책 운영체계를 콜금리 목표제에서 기준금리 제도로 바꾼 뒤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이 추가 인상에 나선 건 들썩이다 못해 치솟는 물가 오름세 때문이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은 4.8%로,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의 물가 목표치(2%)를 한참 웃돈다. 

물가 상승 압력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여전히 장기화하는 데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면전 양상이 길어지면서 원자재 가격과 식량 가격이 가파르고 오르고 있어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5%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2월 전망치(3.1%)보다 무려 1.4%포인트나 높여잡았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7%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2월 전망치(3.0%)보다 0.3%포인트 낮췄다.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란 인식이 강해지는 것도 한은의 ‘인플레 파이터’ 본능을 자극하고 있다. 한은이 지난 24일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에 따르면 소비자가 향후 1년간 내다본 물가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3%로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더욱이 연일 긴축의 가속 페달을 밟는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추가 인상을 떠민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Fed는 지난 3~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0.75~1.0%다. 

미국의 거센 물가 상승 압력에 Fed가 오는 6월 FOMC에서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되면 한·미 간의 기준금리 차(상단 기준) 0.25%포인트로 좁혀진다. 오는 7월 FOMC가 추가로 빅스텝 인상을 단행하면 금리가 역전된다. 

한미간의 기준금리 차가 좁혀지면 국내의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을 자극할 수 있고, 원화가치 하락 등으로 이어지며 수입 물가 등이 더 오를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물가의 흐름에 따라 강력한 긴축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앞으로 빅스텝을 고려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5월 금통위와 7~8월 경제 및 물가 상황 등을 봐야 한다”며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가 상황에 따라 올해 하반기(7~12월)에 빅스텝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장도 이날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를 뒀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3~18일 채권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94명이 이날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투자협회는 “Fed의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과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로 기준금리 인상 응답자 비율이 지난달(50%)보다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1.50%에서 1.75%로 상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세계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조치 등의 영향으로 회복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요국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미 달러화가 상당폭 강세를 나타내었다. 주가는 위험회피심리가 강화되면서 큰 폭 하락하였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의 방역조치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회복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가 글로벌 공급차질에 영향받아 조정을 지속하고 수출이 둔화되었지만, 민간소비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의 영향으로 빠르게 회복되었다.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증가가 이어지는 등 개선세를 지속하였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성장세 둔화로 수출 증가세가 낮아지겠지만 민간소비 개선에 힘입어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3.0%)를 다소 하회하는 2%대 후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및 공업제품 가격의 상승폭 확대, 개인서비스 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4%대 후반으로 크게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모두 3%대 초반으로 상승하였다.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금년중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하는 4%대 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중 근원인플레이션율은 3%대 초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큰 폭 상승하였고 주가는 하락하였으며, 장기시장금리는 상당폭 등락하였다. 가계대출은 소폭 증가로 전환하였고 주택가격은 보합세를 나타내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성장·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