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로 접얻르자 고액자산가도 정기예금으로 몰리고 있다. 셔터스톡.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고액자산가도 정기예금으로 몰리고 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4일 기준 672조6987억원(법인자금)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661조9599억원)보다 10조7388억원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은행이 첫 긴축 신호탄을 쏜 지난해 8월 말(632조696억원)과 비교하면 9개월 사이 40조6292억원 불어났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저축은행 3%대 특판상품 내놔
저축은행은 이미 앞다퉈 3%대 특판 예금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서윤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 부장은 “그동안 낮은 금리로 인해 정기예금을 외면했던 자산가들의 문의도 눈에 띄게 늘었다”며 “급격히 올랐던 주식·암호화폐 시장이 휘청이자 이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방망이는 짧게, 현금 늘리고’
Fed가 25일(현지시간) 공개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음 두어번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는 판단을 밝혔다. 오는 6월과 7월 FOMC 회의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국내외 증시는 요동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6일 코스피는 연초(2988.77)보다 13% 하락한 2612.45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7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3305.21)와 비교하면 21% 곤두박질쳤다. 서학 개미(해외주식투자자)도 불안감이 커졌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의 나스닥지수가 올해 들어 25일(현지시간) 기준 다섯달 사이 21% 수직 낙하했기 때문이다.
윤정아 신한은행 PWM 강남센터 PB팀장은 “현재 미국발 긴축 공포뿐 아니라 중국 봉쇄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맞물려 있다”며 “적어도 한두개 악재라도 해소될 때까지 투자 방망이를 짧게 쥐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현금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 금융시장의 변동성 방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박석현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부부장(전 KTB투자증권투자전략팀장)은 “금리 인상과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최근 글로벌 기술주의 급락세가 매섭다”며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현금 등 안전자산을 늘리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본부장도 “시장 변동성 크고,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는 현금만 한 투자처가 없다”고 덧붙였다.
‘S’ 공포 커지면 원유ㆍ금이 ‘금값’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Fed가 긴축 고삐를 바짝 죄면, 미 경제가 상당한 규모의 경기 침체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1970년대 수준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면 금과 원유 등 원자재가 주식과 채권보다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으로 봤다.
도이체방크가 스태그플레이션이 강타했던 1970년대 주요 자산의 10년간 연평균 실질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브렌트유가 24.4%로 가장 높았다. 은(22.5%)과 금(21.7%), WTI(19.2%), 밀(3.8%)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1.4%)와 10년물 미국 국채(-1.2%)는 손실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