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고아 출신 사형수 설득한 군목사
“너를 사랑 못한 우리를 용서하길”
마지막 남은 눈을 기증한 사형수
“내 눈 받은 사람이 사랑을 베풀길”
캐나다 한인교회서 당시 군목 만나
“사랑은 버림받은 사람 손잡는 것”
“너를 사랑 못한 우리를 용서하길”
마지막 남은 눈을 기증한 사형수
“내 눈 받은 사람이 사랑을 베풀길”
캐나다 한인교회서 당시 군목 만나
“사랑은 버림받은 사람 손잡는 것”
오래 전 안동에서 일어난 비극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몇 차례 이 중사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한 군목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무엇이 이 중사가 범죄를 저지르게 했는가. ‘사랑의 단절이다.’ 사랑이 없었고 사랑의 가능성도 빼앗긴 이 중사는 살아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누군가가 그를 사랑하고 이 중사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계속해서 이 중사를 위해 기도를 드리던 목사는 이 중사를 찾아가 눈물로 호소했다. “이 중사 너만이 죄인이 아니다. 나도 너를 사랑하지 못한 죄인 중의 한 사람이다. 너를 사랑해 주지 못한 나와 우리 모두의 죄를 네가 먼저 용서해 주기 바란다.”
그 얘기를 들은 이 중사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저는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도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이런 범죄는 저지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둘은 손을 잡고 함께 울었다. 군목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과거에도 너를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네 영혼을 사랑해 주실 분이 계시는데 그분에게로 가자.” “그분이 누구입니까.” “하느님 우리들의 아버지시다”라고 설명했다.
그 만남이 계기가 되어 이 중사는 신앙을 갖게 되고 기도를 드리고 성경을 읽었다. 언제 처형될지 모르기 때문에 서둘러 세례까지 받았다. 많은 신앙의 대화를 나누다가 이 중사가 “목사님 제가 죽을 때 장기를 기증하면 몇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가능하면 저도 마지막 사랑을 남기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그 가능성을 알아본 목사가 “네 눈을 누구에게 줄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장기는 총살형이어서 허락되지 않았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이 중사는 세상을 떠났다.
얼마의 세월이 지난 후, 나는 우연한 기회에 그 사형장에 참석했던 안과 군의관에게서 이 중사의 마지막 상황을 들었다. 앰뷸런스에서 내린 이 중사가 군목 앞으로 다가왔다. 군목이 “유언이 있으면 남기라”고 했다. 이 중사는 “없습니다. 안과 군의관님 오셨어요?”라며 군의관을 만났다. 이 중사가 “군의관님 저는 육신의 눈은 떴으나 마음의 눈을 뜨지 못해 큰 죄를 범했습니다. 내 눈을 받는 사람은 육신의 눈만 아니고 마음의 눈도 떠서 나 대신 여러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어 달라고 얘기해 주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목사님과 찬송을 부르다가 떠나갔습니다, 라고 했다.
또 긴 세월이 지났다. 내가 캐나다 해밀턴 한인교회에 들렀는데 참석했던 한 목사가 “제가 그때의 군목이었습니다. 이 중사를 하느님 아버지께로 보내주었습니다”라고 했다. 군목을 끝내고 캐나다에 와 한인교회에서 봉사하고 있었다.
이 중사 같은 사람 너무 많은 오늘
지금은 아름답고 슬픈 사연을 남기고 모두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17~18년 전이다. 내가 일본 나고야에 있는 일본인 교회의 초청을 받아 설교한 적이 있다. 그때 이 중사 얘기를 했다. 모두 감명 깊게 들었다. 예배를 끝내고 담임목사의 안내를 받아 바닷가에 있는 한 식당에서 식사를 같이하게 되었다. 그때 내 맞은편에 앉아있던 여권사가 “오늘 남편과 함께 예배에 참석했는데, 제 남편이 설교를 들으면서 눈물을 닦기는 처음이었다”고 했다. 목사님이 “다른 교우들도 그랬을 겁니다”고 공감해 주었다.
그 설교 때 나는 “많은 사람은 범죄자를 보고 대할 때,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그가 죄를 범하기 전에 사랑이 있는 손을 잡아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거나 못했을 겁니다. 크리스천은 버림받은 사람을 위해 먼저 손을 잡아 주는 의무를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는 말을 남겼던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중사 같은 사람을 너무 많이 대하기 때문에 신앙의 문제를 떠나 우리가 모두 먼저 사랑의 손을 내밀어 잡아 주어야 한다. 종교계나 교육계는 물론 정치 지도자들까지도.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