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버랜드 큰고니 부부인 날개(수컷, 왼쪽)와 낙동(암컷)이 늦둥이 새끼들과 물놀이를 하고 있다. 에버랜드
이들의 출산이 더 큰 화제가 된 건 부부의 나이 때문이다. 야생 큰고니의 평균 수명은 25년으로 날개와 낙동이는 그보다 더 오래산(27세로 추정) 장수 커플이다. 사람 나이로 따지면 80세 이상인 노인이 출산한 셈이라는 게 동물원 측의 설명이다. 김수원 사육사는 “2년 전 태어난 첫째 미오도 사람으로 치면 70세 이상인 할머니가 출산한 것이라 이들이 더는 새끼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4마리의 늦둥이가 태어나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총상 입고 요양 온 큰고니 부부
날개와 낙동이가 에버랜드로 이사를 오게 된 이유는 부상 때문이었다. 1996년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리 인근에서 심하게 다친 채 함께 발견됐다. 총상이었다. 조류보호협회의 구조로 에버랜드 동물원으로 옮겨진 이들은 수의사와 사육사들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겨우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날개는 오른쪽 날개 일부를 절단해야 했다. 낙동이 역시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았다.

에버랜드 큰고니 부부인 날개(수컷, 왼쪽)와 낙동(암컷)이 늦둥이 새끼들과 물놀이를 하고 있다. 에버랜드
큰고니는 한 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하는 일부일처의 습성을 지녔다고 한다. 짝이 정해진 무리는 이방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더는 날 수 없는 날개와 다른 짝을 찾을 수 없는 낙동이는 결국 에버랜드에 터를 잡았다.
24시간 붙어 다니다 2년 전 미오 탄생
큰고니는 이른 봄 교미해 4~5월에 산란한다. 40일 정도 알을 품은 뒤 새끼를 부화한다. 하지만 총상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탓인지 큰고니 부부에겐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낙동이는 몇 차례 알을 낳긴 했지만, 부화시키지 못했다. 난임이었다.

애버랜드 큰고니 커플 날개(수컷)와 낙동(암컷)의 늦둥이 새끼들. 에버랜드
첫째 독립하자 다시 ‘신혼 모드’
지난 4월 초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날개와 낙동이가 집 안에 둥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사육사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둥지 재료를 우리 안에 넣었다. 고령인 나이를 고려해 채식으로 바꿨던 식단도 영양식으로 바꿨다.

애버랜드 큰고니 커플 날개(수컷)와 낙동(암컷)의 늦둥이 새끼들. 에버랜드
늦둥이들에 대한 큰고니 부부의 애정은 강하다고 한다. 낙동이는 항상 새끼들을 품 안에 둔다. 날개는 사육사들이 밥을 주러 들어오거나 새끼들을 쳐다보기만 해도 크게 날갯짓을 하며 경계한다고 한다.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아기 큰고니들은 현재는 회갈색의 털을 가지고 있지만, 5~6개월 뒤에는 엄마·아빠처럼 화려한 흰색 털을 뽐낼 예정이다. 김 사육사는 “독립한 첫째 미오도 현재 다른 수컷 큰고니와 연애 중”이라며 “큰고니 가족들이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