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27일 출근길 발언엔 억울한 감정이 묻어났다. 인사 검증 기능의 법무부 이관에 대한 정치권 비판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 비서실은 정책을 중심으로 해야지, 사람에 대한 비위나 정보 캐는 건 안 하는 게 맞다”며 “그래서 내가 민정수석실을 없앤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발언 내내 두 손을 써가며 평소보다 고조된 어조로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선의(善意)’가 왜곡되는 것에 대해 답답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취지에 대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 권한 내려놓기’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사 검증 기능의 법무부 이관은 민정수석 폐지와 함께 언급한 윤 대통령의 대표적 공약사항”이라며 “민정, 혹은 검증이란 이름 아래 여러 사람의 민감 정보를 들여다보고 기획사정했던 역대 정부의 악행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입장에선 기존의 민정수석 기능을 그대로 존치하는 게 국정 운영에 훨씬 더 유리하고 편하다”며 “그런데도 민정수석 폐지를 고수한 것은 대통령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윤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 신설과 관련한 질문에 강한 어조로 답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법무부가 인사 검증을 한다'는 취지의 질문에 "대통령 비서실에서 사람에 대한 비위나 정보를 캐는 건 안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뉴스1
윤 대통령도 이날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은) 사정 컨트롤타워나 옛날 특감반(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처럼 공직자 비위 정보 수집하는 것을 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비서실은 그런 정보수집 업무를 직접 안 하고 (정보를) 받아서 해야 한다. 그래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자료가 축적될 수 있다”며 “미국 방식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野 "尹의 검찰 독재 의지, 한동훈 실질적 2인자"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법 개정 없이 수일 만에 대통령령을 개정해 법무부를 과거 안기부 수준의 상왕 부처로 만들고, 소통령 한동훈에게 인사 정보를 통한 부처 관할을 하도록 하는 시도는 향후 5년간 사실상 검찰 독재를 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과도한 힘을 법무부가 갖게 되는 걸 막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만든다”며 “실제로 (인사정보관리단을) 법무부 건물 안에 두지 않고, 검증 과정을 분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거로 알고 있다.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많은 걸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