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약 303조 원(1조 6천억 위안)에 달했던 CATL 시가총액은 이달 23일 종가 기준 약 184조 원(9713억 위안)으로 40%가량 하락했다. 주가 역시 지난해 역대 최고가인 692위안(약 14만 원)을 기록한 이후 최근 416위안(약 7만 8천 원)대로 떨어졌다.
지난달 29일 CATL이 발표한 올해 1분기 보고서는 현재 약세에 대한 방증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순익이 14억 9천만 위안(약 283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23.62% 감소했다. 매출은 486억 7천만 위안(약 9조 2500억 원)으로 153% 늘었지만 1분기 매출 대비 순익 마진은 3%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1분기 매출 대비 순익 마진이 10%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뼈아픈 결과다.
![2019년~2021년 1분기 CATL의 순익과 마진율 [그래프.CATL]](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1/25/fd951388-c259-47c5-8bfc-c3ae37ac98d3.jpg)
2019년~2021년 1분기 CATL의 순익과 마진율 [그래프.CATL]
특히 지난 4월 비야디의 LFP 배터리 탑재량이 전월 대비 5.3% 증가한 4.19GWh에 달하면서 LFP 시장 점유율을 47.14%까지 확대해 CATL을 한참 앞섰다. 반면 CATL의 LFP 배터리 사용량은 전월 대비 56.6% 감소한 3.05GWh에 그치면서 LFP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34.29%로 축소됐다.
신에너지 발전 최전선에 있는 CATL,약세의 원인이 뭘까
중국 시장 점유율이 급감한 데 대해 CATL은 코로나 19 확산 여파라고 설명했다. CATL 관계자는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전역의 코로나 19 재확산 영향으로 자사와 고객사 모두 생산에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또 1분기 회사 순익과 영업이익 급락의 주요 원인을 사업 규모의 증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생산 비용의 증가 등이라고 설명했다. CATL이 공개한 1분기 실적 보고서엔 17억 9만 위안 규모(약 3400억 원)의 파생상품 채무가 포함됐는데, 2018년 상장 이후 부채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측은 이 채무가 무엇인지 구체적 정보를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배터리 핵심 원재료 니켈 투자와 관련된 손실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약세 원인은 CATL의 ‘저가 전략’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을 내세운 CATL의 지난해 마진율은 26.28%로 5년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가격이 급등했지만,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아 고객사 확대에 성과를 내왔던 CATL은 원가 상승분을 단가에 반영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흡수하며 배터리 가격을 크게 인상하지 않았다. 그 결과 수익성 악화와 주가 하락을 이끌며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있다.
![CATL 배터리 생산라인의 모습 [사진 CATL]](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1/25/fef1780f-3828-4b58-96b3-edf3274bfd4a.jpg)
CATL 배터리 생산라인의 모습 [사진 CATL]
증권가는 CATL의 2분기 실적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잡히지 않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상하이가 봉쇄됐고, 상하이에 있는 CATL 공장뿐 아니라 핵심 고객사인 테슬라, 니오, 샤오펑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달 일부 생산이 재개됐으나 부품·원자재 공급 부족이 심각하고 인력 확보도 어려워 정상 조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CATL의 자승자박…연이은 갑질에 떠나는 고객사
CATL의 공급사 관리 문제도 실적 악화의 요인으로 꼽혔다. 이른바 ‘갑질 조항’이다. 신에너지 동력 배터리는 신에너지차의 심장이다. 신에너지차 원가의 40%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배터리다. 시장 법칙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이 한 공급사에 집중되면 자연스레 해당 업종의 가격 결정권을 갖게 된다.
베이팡공업대학 자동차혁신연구센터의 장샹(張翔) 연구원은 “2018년 이래로 배터리 분야의 부동의 1위를 차지해왔던 게 CATL이다. 배터리를 공급받는 자동차 생산 업체들은 가격 방면에 있어서 모두 수동적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CATL의 과도한 발언권으로 자동차 업체들은 자연스레 을(乙)이 됐다고 말한다.
실제로 CATL은 자사만의 독특한 ‘보증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신에너지차 생산 업체가 CATL의 배터리를 공급받으려면 향후 5~10년간의 배터리 수요량을 계획해 CATL에 미리 보증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 매년 구매 한도를 목표대로 달성해야만 보증금을 연도별로 반환받을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해당 보증금이 배터리 구매 비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배터리 자체의 비용은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자동차 기업의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20억 위안 이상의 보증금을 납입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게다가 CATL은 대량의 주문을 받은 후에 비로소 기초건설에 투입하기에 적시에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사진 VCG]](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1/25/ae0876fe-206d-4303-b27c-ae30097791cf.jpg)
[사진 VCG]
최근 중국 배터리 업체의 기술력이 평준화되며 신에너지차 생산 업체들은 CATL이라는 유일한 선택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비야디, 펑차오에너지(SVOLT, 蜂巢能源), CALB(中創新航·중촹신항) 등 유수의 배터리 제조 업체가 중국 정부의 지원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몇몇 회사는 2년 만에 수백억 위안의 자금을 조달했다.
특히 CATL의 대항마로 꼽히는 비야디(BYD)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비야디는 배터리 제조뿐만 아니라 완성차 생산까지 자체 공급망을 갖췄다. CATL이 부진한 실적을 보일 때도 비야디의 전기차 판매 대수와 배터리 판매 수는 계속해서 증가했다.
![?2019년 상하이 모터쇼 미디어 데이에서 BYD 전기차가 전시되고 있다. [사진 로이터]](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1/25/b859cfaa-baf4-4e05-b45a-f43c50ef3263.jpg)
?2019년 상하이 모터쇼 미디어 데이에서 BYD 전기차가 전시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Xpeng)은 배터리 공급선을 CATL에서 또 다른 중국 배터리 기업 CALB와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신왕다(Sunwoda·欣旺達)와 협상 중으로 파악됐다. 또 CATL과 독점 공급 관계를 맺었던 웨이라이(蔚來·Nio)도 최근 비야디와 배터리 공급 협상에 들어갔다.
![지난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비야디가 블레이드 배터리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VCG]](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1/25/568d5dd7-7a3c-4dc7-aee9-fd4b8da928d7.jpg)
지난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비야디가 블레이드 배터리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VCG]
업계는 테슬라와 중국 신흥 전기차 세력의 이탈은 CATL에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들의 행보가 CATL의 미래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의 입지 역시 좁아지고 있어 2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 점유율을 빼앗으며 추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예측했다.
CATL은 2023년까지 나트륨 이온 배터리 산업사슬을 구축해 새로운 상업화 전지의 공급 라인을 개척하겠다 밝혔다. 최근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벌여 배터리 소재 광물을 직접 채굴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미국 내 첫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한 막바지 부지 선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소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시장 흐름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CATL이 실적 개선을 위해 어떠한 대책을 내놓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