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엔 패배하고 우는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 및 첫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5.05.12
유세 첫날부터 자신감이 절박함을 압도했다.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출정식을 갖고 경기 판교·동탄을 거쳐 대전까지 175㎞를 이동하며 시민들을 만났다. 가는 곳마다 3년 전 패배를 거침없이 곱씹으며 ‘준비된 대통령’ 면모를 강조했다. 지지층 요구에 적극 화답하면서도 중도층을 겨냥한 통합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다.
새벽 대신 사람들이 여유롭게 모일 수 있는 오전 10시에 일정을 시작했다. 남색 정장에 푸른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이 후보는 “이번 대선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결이 아닌, 내란으로 나라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헌정질서·민생을 파괴한 거대 기득권과의 일전”이라며 “내란수괴를 재판에 넘기고 대통령직도 박탈했지만, 헌법까지 무시하는 내란 잔당의 2차·3차 내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저들의 반란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양손을 치켜들고 주먹과 쌍따봉을 흔들 때마다 환호와 함성이 폭발했다. 그는 “내란 종식과 위기 극복은 첫걸음에 불과하다”며 “이재명에게 일할 기회를 주시면 단 한 사람의 책임자가 얼마나 세상을 크게 바꾸는지 증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더는 과거에 사로잡히거나 이념, 사상, 진영에 얽매여 분열할 여유가 없다”며 “이제부터는 진보의 문제도 보수의 문제도 없다. 오로지 대한민국의 문제만 있을 뿐”이라고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2일 경기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0512 김성룡 기자
‘빛의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출정식은 축제장을 방불케 했다. 파란 점퍼를 입은 14인조 댄스단이 비보이 공연을 선보이자 사회자로 나선 박주민 의원은 “살다살다보니 이런 유세도 본다. 대단하지 않습니까”라고 소리쳤다. 이 후보는 출정식 무대 위에서 방탄복 위에 숫자 ‘1’과 ‘이재명’이 크게 박힌 파란색 점퍼로 옷을 갈아입었다.
신발은 청색과 적색 줄무늬가 반반씩 섞인 운동화로 갈아신었다. 선대위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는 파란색 운동화를 신었다. 반대 의견도 끌어안겠다는, 큰 틀에서의 통합을 상징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동탄 유세장에서도 “인생도 길지 않고 권력은 더 짧은데 누군가를 미워하고 제거하고 싸우느라 보낼 시간이 어딨나”라며 “작은 차이를 넘어 서로 끌어안으며 위대한 대한민국의 길을 열어가 보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6·3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출정식 및 첫 유세에서 "지금은 이재명"이라는 문구가 붙은 운동화를 신고 있다. 2025.5.12 연합뉴스
정책 행보는 혁신·성장에 방점을 뒀다. 종일 ‘K-혁신’(판교), ‘K-반도체’(동탄), ‘K-과학기술’(대전)을 테마로 첨단 과학·기술 육성을 강조했다. 동탄에서 반도체 웨이퍼에 ‘세계 1위 반도체 강국 도약’이라 적고 이를 들어보였다. 판교 테크노밸리에서는 “원래 유세를 하려고 준비했다가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해서 일정을 변경했다”며 IT기업 개발자 9명과 대담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규모로 늘릴 생각”이라며 “세계를 선도하는 창의적 결과를 내려면 억압적 노동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 운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보수 진영이) ‘빨갱이·사회주의’처럼 불순하게 자본주의를 부정한다고 선동을 하기도 한다. 정작 사회적기업 기본법은 이명박 전 대통령 때 입법한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어 “챗GPT를 만든 오픈AI도 저쪽 진영의 무식한 얘기로 하면 사회주의처럼 모두에게 이걸 나눠주는 것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종일 연신 웃는 얼굴이었다. “주로 언제 필(아이디어)이 옵니까”라는 그의 질문에 IT개발자들이 “밤, 새벽감성 때”라고 답하자 손뼉을 치며 박장대소했다.
다만 경찰은 이날 이 후보 경호 및 안전 관리를 위해 특공대 등 경력 390여명을 배치하며 테러 상황 등에 대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판교) 한 오피스텔에서 'K-혁신' 브라운백미팅에 참여해 판교 IT개발자 2030 직장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