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태화 경찰수사연수원 교수가 지난 17일 개소한 법곤충감정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위문희 기자
개소 일주일 만에 8건 감정 접수
송 교수는 1997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했다. 수사연수원에서 일선서 과학수사관과 검시조사관을 대상으로 변사현장감식 과정, 매장시체발굴감시 과정, 검시조사관 과정을 가르친다.
그는 경기 의정부경찰서에서 과학수사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죽음’을 통해 법곤충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송 교수가 근무했던 의정부서는 전국에서도 변사 사건이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은 곳이었다. 1년에 200여구의 시체를 봤다고 한다. 송 교수는 “의학적인 지식도 없었고, 체계적으로 죽음에 대해 알려주는 시설도 없었다”며 “유가족이 현장에서 울고불고할 때 이분은 언제 돌아가셨는지 명확한 답을 주고 싶은데 그나마 범죄로 인한 사망이 아니길 바라는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오히려 더 시체에 관심을 갖게 됐고, 혐오스럽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2014년 7월 25일 오전 서울 양천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분원에서 공개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 감정 결과 발표. 유 전 회장 추정 엑스선 사진. 중앙포토
1855년 프랑스에서 곤충을 처음 수사에 활용
미국 등에선 시체를 기증받아 그대로 방치하면서 연구를 하는 곳도 있다. 미국 테네시주립대 법인류학센터인 ‘바디팜(시체농장·body farm)’이 대표적이다. 바디팜은 연간 600여구의 시체를 기증받아 부패 정도를 연구한다. 송 교수도 2016년, 2017년,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연수를 다녀왔다. 송 교수는 “시체가 다양하게 변화하는데 그럴 때마다 시체에 오는 곤충들도 다양해진다. 그 곤충들로 사망시간을 추정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다는 것을 문헌적으로 확인했다”며 “곤충을 가지고 사망시간을 추정할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구리금파리의 성장단계별 주기. 경찰청
우점종인 파리에 대한 연구 중요
물론 파리만 있는 건 아니다. 시신이 좀 더 부패한 후에는 반날갯과, 송장벌레과 등도 나타난다. 송 교수는 “사체가 놓여 있는 곳에서 형성된 구더기가 토실토실해질 때쯤 그 구더기를 잡아먹기 위해 딱정벌레나 왕반날개가 나온다”며 “그런 곤충들이 보이면 한 4~5일이 지났구나 판단을 하고, 채집한 구더기를 성장시켜 종을 알아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송태화 경찰수사연수원 교수, 이현주ㆍ오대건 법곤충감정실 보건연구사(오른쪽부터)가 국내 서식 파리 모형을 들여다보고 있다. 위문희 기자
사망시간뿐만 아니라 유기 여부도 추정
법곤충학은 미국과 유럽에선 보편적인 수사기법이지만 국내는 곤충 전문가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의 지역적 특징과 계절적 특성을 반영한 연구가 미비한 어려움도 있다. 송 교수는 “선진국에 비해 늦었지만, 이제라도 법곤충감정실이 문을 열어 감회가 새롭다”며 “그동안 잘못된 사망시간 추정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없었을까 싶지만, 이제는 더이상의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