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영 체외순환사가 심장 수술 도중 인공심폐기를 조작하고 있다. 심장 수술 때 체외순환사가 다루는 기기는 인공심폐기·자가수혈장치·체온조절기 등 10개가 넘는다. 체크할 모니터도 6개 이상이다. 채혜선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9시, 환자 50대 A씨의 대동맥·대정맥에 각각 지름 1㎝의 관을 꽂은 집도의 정의석 교수(강북삼성병원)가 이렇게 말했다. 이어 체외순환사 오지영씨가 심정지액을 주입하자 분당 70~80회 뛰던 심장이 서서히 멈췄다. 식사 중 쓰러졌다가 심폐소생술(CPR)로 호흡을 되찾은 A씨는 검사 결과 심장 판막 이상이 발견됐다.

오지영 체외순환사가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인공심폐기 뒤에선 정의석 교수 등이 심장 수술 중이다. 심장수술 땐 보통 체외순환사 2명이 함께 한다. 채혜선 기자
"심장 수술 멈출 것" 의료진 우려, 왜?

정근영 디자이너
내달 간호법 시행으로 체외순환사가 법 울타리에 들어오게 됐지만, 문제가 생겼다. 대한간호협회가 지난 4월 발표한 간호사 업무 분류에 따르면 체외순환은 '흉부외과 전담 간호사' 업무로 규정됐다. 그런데 현재 활동 중인 체외순환사(264명)의 22.3%는 임상병리사 등 의료기사다. 이옥숙 대한체외순환사협회 회장은 "이대로라면 간호사가 아닌 체외순환사는 법적 근거가 없어 심장 수술에 참여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인공심폐보조장치인 에크모. 심장이나 폐가 제 기능을 못할 때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산소를 넣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뒤 다시 몸에 넣어주는 장치다. 에크모 운용도 체외순환사의 업무 중 하나다. 채혜선 기자
간호법이 의료기사 업무를 간호사 업무에서 제외한 것도 혼란 요소다. 체외순환사는 수술 때 피가 굳지 않는지 등을 확인하려 채혈을 해야 하는데, 이는 의료기사만 할 수 있는 업무로 분류된다. 오지영씨는 "체외순환 업무는 간호사와 의료기사 간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지영 체외순환사가 인공심폐기 등을 조작하고 있다. 1~2m 이내에서 정 교수가 심장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 측은 "정리가 필요한 부분으로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자격증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관련 단체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