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서울식물원에서 월동 준비 작업을 하는 한 관계자가 낙엽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쓰레기사용설명서는...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마라. 다시 보면 보물이니"
기후변화의 시대, 쓰레기는 더 이상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재활용·자원화의 중요한 소재입니다. 중앙일보 환경 담당 기자들이 전하는 쓰레기의 모든 것. 나와 지구를 사랑하는 '제로웨이스트' 세대에게 필요한 정보를 직접 따져보고 알려드립니다.
기후변화의 시대, 쓰레기는 더 이상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재활용·자원화의 중요한 소재입니다. 중앙일보 환경 담당 기자들이 전하는 쓰레기의 모든 것. 나와 지구를 사랑하는 '제로웨이스트' 세대에게 필요한 정보를 직접 따져보고 알려드립니다.
매년 엄청난 양의 낙엽이 나오지만, 활용법은 제한적이다. 지자체·아파트 단지 등이 하염없이 쌓아놓다가 대부분 폐기물 업체에 넘겨 소각하곤 한다. 모으는 데도, 처리하는 데도 돈이 드는 낙엽의 종착역은 탄소·미세먼지 배출 등 환경오염에 가까운 셈이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 떨어진 낙엽이 올해 봄 들어선 조금이나마 돈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자체와 기업 등에서 골칫거리인 낙엽을 친환경 자원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다. 깨끗한 낙엽을 활용해 환경오염 없이 오히려 자연에 도움이 되고 이익도 거두는 '일석이조'를 꿈꾸는 것이다.

충북 제천시가 수거한 낙엽으로 만든 친환경 퇴비. 올해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 제천시
제천시, 올해부터 '낙엽 비료' 본격 판매
모아놓은 낙엽은 자연발효에 가까운 후처리를 거쳐 퇴비로 변신한다. 제천시는 올해부터 이러한 비료 제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고 나섰다. 낙엽을 2년 이상 부숙(썩혀서 익힘)시켜 톱밥·발효 미생물(EM)과 혼합한 '제천이 만든 갈잎 흙'이다. 퇴비처럼 쓰면 되지만 비료관리법상 부산물 비료로 등록되지 않아 흙(土)으로 이름 붙였다. 가격은 제일 많이 팔리는 20ℓ 기준 9500원이다.

충북 제천시 신월동에 있는 제천산림조합 부지 내 수매장에 낙엽이 쌓여있다. 사진 제천시
내년 생산 확대 목표…"자원 선순환 롤모델 되길"
효과도 일반 비료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비소와 카드뮴, 납 같은 중금속은 검출되지 않았다. 그 대신 질소, 인산 등 유기물이 다량 함유됐다. 기존 흙에 섞어서 마당 정원, 텃밭, 유기농 농가 등에서 쓰면 된다. 그래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사업성 등을 두고 문의가 여럿 왔다고 한다.
다만 낙엽 비료화가 시범사업에 가깝다 보니 '경제성'을 맞출 대규모 생산이 쉽지 않다. 자동화 시설이 없어 거의 수작업으로 비료 제품을 만들어 파는 식이다. 그래서 제천시는 내년부터 공장을 짓는 등 '낙엽 비료' 생산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박인규 팀장은 "예산을 반영해 공장도 만들고 비료 등록도 본격적으로 하려고 한다. 낙엽 자원 선순환 구조를 전국 지자체에 보급하는 롤모델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낙엽 비료 공장에 들어와 쌓여있는 낙엽들. 공정 초기 단계라 낙엽 외형 등이 비교적 뚜렷하다. 정종훈 기자
냄새 안 나는 검은빛 입자, 기업도 뛰어들어
이곳은 퇴비화에 필수적인 부숙 기간을 제천시와 비교해 크게 줄였다. 수년간 연구 끝에 화학첨가물 없이 천연 효소로 발효·숙성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 생낙엽은 발효 미생물을 써도 3~5년은 기다려야 하지만, 여기선 약 3개월 만에 비료화 공정이 마무리된다고 한다. 낙엽을 퇴비로 만드는 건 제천과 이 업체 모두 똑같지만, 그 과정은 꽤 다른 것이다.

낙엽을 비료로 만들기 전 선별 작업으로 솎아낸 이물질. 담뱃갑부터 플라스틱, 비닐까지 다양하다. 깨끗한 비료를 만들려면 선별 작업이 제일 중요한 공정 중 하나다. 정종훈 기자
분쇄·부숙 3개월 만에 변신…제도적 한계도

선별, 파쇄, 부숙 공정 등을 거쳐 공장 한켠에 쌓여있는 낙엽 비료. 정종훈 기자
하지만 제도적으론 갈 길이 멀다. 아직 낙엽으로 만든 퇴비 개념이 익숙지 않아 재활용 인증 등은 따로 없고, 시설 허가나 대형화도 쉽지 않은 편이다. 비료 입자가 곱다 보니 공장에서 분진이 나오는 것도 환경적으로 챙겨야 할 과제다. 이 회사 현광석 대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긴 하지만, 나무에서 나온 낙엽을 퇴비화해서 땅에 뿌리면 쓰레기가 하나도 안 나오니 기후변화 시기 친환경 저탄소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