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파괴된 극장 건물앞에서 휴대폰 충전을 하기 위해 모여있는 시민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리우폴 주민들이 거리에 나와 그동안 묵혀뒀던 전자 기기를 충전하거나 필요한 음식과 옷가지 등을 교환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주민 류바는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나와 휴대폰을 충전하고 있었다. 그는 "살던 아파트가 파괴됐지만 도시를 떠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전기도 없고, 물도 없다. 상황이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니콜라이도 휴대폰 충전을 위해 거리에 나섰다. 그는 "현재 기거하고 있는 기차역에는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한 노점상이 신발을 판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에서 소지품을 정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거리엔 주민들이 벼룩시장을 연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주민들은 매대에 채소와 신발 등 갖가지 물건을 올려두고 판매하거나 물물교환에 나섰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약탈이 이어지면서 남아있는 물건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Z'라고 쓰인 상자에서 생필품을 챙기는 주민들도 있었다. 'Z' 기호는 러시아군 전차와 트럭 등 장비에 그려진 표식으로 현재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을 향한 충성을 나타내거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폐허가 된 건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 곳곳 시민들이 자주 모이는 곳에 러시아 국영TV 뉴스 등이 나오는 전광판 트럭을 설치해 자국의 침공 정당성을 홍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근의 빈 버스 정류장에는 대형 전광판 트럭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 전광판에서는 러시아 국영TV 뉴스가 나오거나 정치 토크쇼가 흘러나오는데, 대부분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러시아는 구호물품 수령처나 식수 공급처 인근에 이런 트럭 여러대를 배치해놨다.
남부 요충지인 마리우폴은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에 시달렸다. 80일가량 저항한 끝에 지난 21일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2400여명의 병력이 마지막 항전을 벌이다가 투항하며, 완전히 러시아군의 손에 넘어갔다.
이 기간 도시의 90%가 파괴됐고, 주민들은 전기나 식수 등도 없이 극심한 공포에 시달려야했다. 현재 마리우폴에 민간인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최근 마리우폴·헤르손·자포리자 등 러시아군이 점령했거나 일부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도시 주민들에게 러시아 여권을 간편하게 발급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자신들이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도시를 러시아 여권을 보유한 '사실상의 자국민'으로 채워 해당 영토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