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금리가 급등하며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대출 초기 100만원이던 주담대 원리금은 이달 127만원으로 27만원이 늘었다. 연간으로 따지면 원리금이 324만원이 불어난 셈이다. 저축은행에서 받은 신용대출 금리도 9%까지 뛰었다. 정씨는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듯해 아내가 3개월만 쉬고 다시 일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은행권의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연 4.05%로 2014년 5월 이후 7년 11개월 만에 4%를 넘어섰다. 연합뉴스
한은이 31일 발표한 ‘2022년 4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지난 4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전달보다 0.07%포인트 오른 연 4.05%를 기록했다. 2014년 3월(연 4.09%) 이후 최고치다. 가계대출 금리가 연 4%를 넘어선 건 2014년 5월(연 4.02%) 이후 약 8년 만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출 금리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평균 금리는 지난 3월 연 2.85%에서 지난 4월 연 3.38%로 0.53%포인트 올랐다. 그나마 가계대출 감소 속 시중은행이 지난 4월 이후 신규 대출에 우대금리를 확대하며 시장금리 상승 폭 만큼 대출금리가 오르지 않았지만 오름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대출금리가 뛰면서 한숨이 커지는 건 집을 산 영끌족만이 아니다. 전세대출 등을 받은 다른 대출자도 상승의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4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8월 말 연 2.71~3.64%에서 올해 5월 31일에는 연 3.26~5.35%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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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라갈 때마다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1000원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6일까지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5번 인상(연 0.5%→1.75%)한 만큼 1인당 이자 부담은 80만5000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장금리가 오르는 등 금리 상승기에 들어섰지만,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전달보다 늘었다. 지난 4월 새로 나간 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80.8%로 전달보다 0.3%포인트 증가했다. 잔액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전달보다 0.3%포인트 늘어난 77.3%로 집계됐다. 잔액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2014년 3월(78.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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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대출 금리는 더 오를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현재 연 1.75%에서 연 2.5%까지 올릴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가계대출의 지표금리가 되는 시장금리도 상승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이 이미 6%대 중반인 만큼 올해 내 연 7%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각 은행이 가산금리를 내리고 우대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있는 게 대출자 입장에서는 그나마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한 만큼 현재 대출금리를 더 올리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금리 상승이라는 기본 흐름을 막기는 힘들 것이란 게 시장의 예상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은행이 가산금리를 억제하더라도 조달비용 상승이 이어지는 만큼, 대출금리는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